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내부로 진입했다는 서방 정보 당국의 전언이 나오며 우크라이나전이 새로운 국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북한의 파병 결정 이후 국제 사회에 이미 적색 경보가 들어온 상황에서 서방 정보 관리를 인용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 보도까지 나온 것이다.
국제사회가 최대 격전지중 하나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의 북한군 실전투입 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내로 진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전선 투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군이 실전에 투입되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전반에 큰 충격파를 가져올 수 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물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서방의 대응에 따라 우크라이나전이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CNN "북한군 소수 병력, 이미 우크라 영토 진입"…美 "확증할수 없어"
29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입했다는 것이 서방 당국의 판단이다.
CNN은 이날 2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투했다"면서 "당국자들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하게 되면 침투 병력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정보당국자는 "상당수의 북한군이 이미 작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직 확증하지 못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만, 한국 정부에서 파병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미국에서 이를 인정하기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이미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훈련을 마친 상당수가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러시아 쿠르스크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져 결정만 내린다면 언제든 쿠르스크 전선이나 우크라이나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가 있는데 이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 모두 1만900명을 파병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이 임박해 있다"며 "이에 따라 전쟁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미 전투에 투입됐으며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으로 전사자도 발생했다는 우크라이나군 지원단체 주장까지 나왔다.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2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내가 알기로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 생존한 1명은 부랴트인이라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 尹·젤렌스키 통화…긴박해지는 국제사회 대응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단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동향을 공유하고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8일에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도 통화하고 엄중한 상황 인식을 공유한 바 있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나토와 유럽연합(EU)을 방문해 북한군 파병 동향에 대한 정보 브리핑을 실시했다.
정부는 대표단을 키이우에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사를 한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30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북한군 파병 대응 문제가 심도깊게 논의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도 이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브리핑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군 파병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그간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에서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일부 외신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 병사가 포로로 잡힐 경우 심문을 도울 수 있도록 통역관 파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추가 파병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30일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과 면담 일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북러의 군사 밀착이 어느 때보다 고조한 상황에서 양측이 추가 파병을 포함한 후속 대응을 논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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