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28) 36년 전 88서울올림픽은 왜 위대했나?
[조우석 칼럼] (28) 36년 전 88서울올림픽은 왜 위대했나?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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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과시한 세계사적 의미의 올림픽

-공산권 몰락도 유도했던 냉전사의 분수령이기도

-박정희가 유치 지시하고 전두환이 재유치에 성공

-정치안정 위해 당시 창궐했던 주사파 청소 못한 게 안타까워

100년 만에 다시 열린 파리 올림픽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요즘 우리는 TV로 멋진 경기를 지켜 보며 인류가 모여 하는 일 중 이만한 축제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36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의 빛과 그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누가 뭐래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이룬 위대한 성취인데, 그걸 잘 모르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81년 10월4일 88 서울 올림픽을 유치시키고 귀국한 유치단 대표들이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 갖고 IOC총회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경 KOC 고문, 조상호 KOC 위원장, 박영수 서울시장, 정주영 올림픽추진위원장, 이원홍 KBS 사장. / 연합뉴스 제공

아시는가? 좌파학자 강준만은 1980년대를 광주사태와 서울올림픽이란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한 바 있다. 그의 네 권짜리 책 <한국현대사 산책‐1980년대 편>에 나오는 얘기로, 우선 1980년대는 피의 학살 광주사태로 상징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거야말로 좌파의 상투적인 설정에 불과하겠지만, 그럼 그가 본 서울올림픽은 뭘까?

“전두환이 벌인 하찮은 스포츠 정치인데 온 국민이 놀아난 것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단언이다. 얼토당토않다. 얼마 전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현대사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왜곡될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아는 진실은 자명하다. “오늘날 우리의 번영은 1981년 9월 88서울올림픽 유치가 시발점이었다”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펴낸 책 <바덴바덴의 기적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걸 쓴 분은 스포츠행정가 고(故) 김예식(1937~2021년, 전 KOC 전문위원) 씨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도 엄청난 성취이겠지만, 그 못지않게 단군 이래 처음으로 지구촌 축제를 꿈꾸고 유치했던 앞세대의 용단에 방점을 둔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서울올림픽 유치의 발단도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는 서거 1개월 전 올림픽 유치 구상에 최종 서명을 한다. 그게 1979년 9월 21일이었다.

배경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박종규 전 경호실장이 있었다. 1979년 2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직후 박정희의 후광을 뒤에 업은 채 한국인이 꿈꾸지 못한 원대한 꿈인 올림픽 개최를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직후 전두환의 역할도 크다. 아니 결정적이다. 박정희 서거 이후 공중에 붕 떴던 서울올림픽을 그가 재유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만일 전두환이 없었더라면 서울올림픽은 당시에 열리지 않았거나, 아니면 10여년 뒤로 미뤄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의 결심 하나로 만세 오케이였을까? 실은 당시 개최도시 서울시와 주무부처 문교부 그리고 지휘탑인 총리실 등은 대부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인 올림픽 개최에 소극적이었다.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 탓이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전두환 정부가 홀로 하드 캐리에 성공했던 것이 바로 서울올림픽이었다. 그 결과 서울올림픽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꼽은 가장 성공적 대회다. 올림픽 레거시, 즉 대회 개최 효과로 남는 유·무형의 영향을 잣대로 재봤을 때 그렇다. 그게 평창동계올림픽과 사뭇 다르다. 평창올림픽은 이명박 시절에 야심차게 유치됐으나 문재인이 장난치는 바람에 유쾌하지 않은 평화 쇼와 간첩 신영복 띄우기로 그쳤던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한다.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올림픽기 입장 /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올림픽기 입장 / 연합뉴스 제공

어쨌거나 평창올림픽은 당시 투자했던 시설의 활용과 운영수익율 등 모두에서 크게 아쉽지만, 서울올림픽은 모든 면에서 압도적 성공으로 평가된다. 역사적 평가에서도 서울올림픽은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이 불과 30여 년 만에 한강의 기적으로 일궈낸 발전상을 과시한 올림픽이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음을 알린 대회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세계사적 의미 또한 흥미롭다.

즉 냉전 종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직전에 있었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나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처럼 각각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만이 참석하는 바람에 반쪽 올림픽에 그친 게 아니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제대로 치뤘고 결과 또한 대박이었다. 서울올림픽 당시 서울의 놀라운 발전상에 철의 장막 저쪽인 소련 및 동구권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도 역사의 진실이다.

궁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왜 지금의 우린 그런 세계사적 사건을 까마득히 잊고 살까? 이유가 있다. 원인 중 하나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무슨 군사작전처럼, 폭풍처럼 진행됐던 이른바 5공 청문회라고 나는 본다. 직후 우리는 성공한 현대사를 잊은 것은 물론 서울올림픽의 성취를 송두리째 잊어버린 채 오로지 전두환과 5공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시에 주사파와 좌파가 득세했다. 좌파 강준만이 서울올림픽을 놓고 헛소리라는 것도 다 그런 맥락이다. 그 결과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인 서울올림픽이 가장 빠르게 잊혀져 끝내 지금에 이른 것이다. 멋진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중에 우리가 다시 1988년 서울올림픽의 빛과 그늘을 새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 개회식장에서 기사가 올림픽기를 들고 게양대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서울올림픽의 빛과 그늘이란 표현을 했지만, 현대사의 그늘에 해당하는 안타까운 대목은 아주 없지 않다. 지금의 주사파 천국을 쓸어내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울올림픽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상징적 사건이 1985년 학원안정법 입법 보류다. 물론 학원안정법 제정은 운동권을 발본색원할 수 있는 결정적 찬스였다.

학원안정법은 당시 이미 위세가 대단했던 주사파 운동권을 6개월 격리 교육을 포함해서 완전히 뿌리 뽑자는 입장이었다. 그 결정적 찬스에서 전두환은 입법 보류 지시를 내린다. 바로 서울올림픽에 대한 고려였다. <전두환 회고록>을 보면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위해 정치적 안정이 절실했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당시 그의 머리속에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이 떠올랐으리라. 그때 멕시코 정부는 반체제 세력을 소탕해야했고, 유혈 사태 속에서 올림픽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전두환과 한국사회는 그걸 경계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 올림픽’을 위해서 중요한 암종양 제거 수술 하나를 하지 못하고 미뤄놓았는데, 그게 오늘날의 국가위기로 연결된 셈이다.

그래저래 서울올림픽은 현대사의 분수령이 맞다. 빛과 그늘을 모두 포함해서 그러하다. 이미 우리 서울은 2036년 제36회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국, 튀르키예, 카타르, 인도네시아, 중국 등이 경쟁자인데, 뭐로 보나 서울올림픽이 유리해보인다. 36년 전 그 위대했던 올림픽 레거시 때문이다.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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