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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중단 카드로 압박할수도…미러 데탕트-서방균열 '엇박자' 가능성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공개적인 고성 언쟁 속에 합의 없이 마무리되면서 트럼프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외교는 난관에 봉착했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두 정상 간의 첫 대면 회동인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착수한 종전 외교에서 반(反)러시아 진영 내 1차 의견수렴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프랑스, 27일 영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하며 전쟁의 간접 당사자인 유럽 주요국의 의견을 들었고, 직접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을 한 뒤 '종전안'을 만들어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짓는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였다.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 개발권을 갖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안전보장을 바라는 젤렌스키 대통령 간에 '광물협정'이라는 타협물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다 된 밥'으로 보였던 이 같은 시나리오는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펼쳐진 고성 설전으로 인해 어그러졌다.
두 정상의 세계관과 전쟁을 보는 입장이 한치의 양보없이 충돌한 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없이 항전을 이어가기 어려운 우크라이나가 '양보'를 해서 조기에 종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살인자에게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초 두 정상간 공통분모나 신뢰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트럼프에게 비위를 맞춘 프랑스, 독일 정상과는 결이 다른 젤렌스키의 완강한 태도는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렸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은 쇼맨십 강한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더욱 강경한 입장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개인적 악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때인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자신의 잠재적 대선 도전자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바이든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결국 이 통화는 자신에 대한 탄핵 소추로 연결됐다. 이 무렵부터 자신의 압박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젤렌스키에 대한 트럼프의 감정이 뒤틀렸다는 게 중론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대선 선거전이 치열했던 작년 9월 전쟁에 필요한 포탄 생산공장이 있는 도시이자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일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전날 사실상 철회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한 것에도 '사적 감정'이 투영돼 있지 않다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관심은 러시아 앞에 가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앞에서 난기류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 종전 외교의 향배에 쏠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지켜보는 자국민 앞에서 '기백'을 보여주긴 했으나 미국의 지지와 지원없이 대러시아 항전을 장기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유럽의 지원이 있지만 그 역시도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종전이 되면 독자적으로 '평화유지군' 성격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음을 피력했지만 미국의 정보 및 정찰 지원과 후방 지원 없이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군사 지원 중단 등 카드를 써가며 휴전안 수용을 강도높게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대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 수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2일 트럼프-푸틴 전화통화를 계기로 미러 정상회담을 향해 당국간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행보와, 유럽 및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의 균열 양상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종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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