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목표(1.4%)에 부합하긴 했으나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코로나19 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둔화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개선이 될까? 증권가에선 수출 개선에 힘입어 작년보다 성장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망에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정성태·금종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글로벌 제조업과 교역이 완만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의 편차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내수는 소비와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나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4% 성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웃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2.1%로 제시했으며, 정부는 2.2%로 잡고 있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올해 한국 경기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2% 성장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에도 한국 경제에 기댈 부분은 수출과 IT(정보기술) 부문의 설비투자 정도"라며 "수출이 회복세는 이어가더라도 모멘텀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가계의 이자부담, 부동산 경기 부진 속에 올해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소비자나 제조업 부문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벗어나는 중이고 미국 경제도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경제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정부와 한은 목표치를 밑도는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건형·김찬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수출 개선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올해도 성장세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최근 고물가, 고금리가 진정되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지만, 서비스 이연 수요 약화와 누적된 긴축 충격으로 고용 회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IT 품목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반등하나 고용 창출력이 제한적이며 IT를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은 회복이 미진하다"며 "정책 당국이 올해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을 통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강도를 높이는 점도 성장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도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LG경영연구소(1.8%), KB금융지주(1.8%) 등과 궤를 같이 한다.

대신증권[003540]은 중국 경기가 올해 국내 경기 회복 강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양 정책을 통해 내구재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고 결국 중국 소비 모멘텀 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을 두고 정책효과가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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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white@fntoday.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