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사랑병원(병원장 고용곤)이 지나친 병원 홍보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병원은 최근 인터뷰와 현장취재 형식으로 인공관절 수술 현장의 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환자의 수술이 시작되고 고용곤 병원장이 중요 수술 과정을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이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술이 끝나면 바로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시 수술을 집도하는데, 이런 시스템으로 연간 2,500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인공관절 부분치환술 100건 중 5건은 연세사랑병원에서 시행했다며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의 메카’라는 식의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병원이 대리·유령수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연세사랑병원의 이 같은 홍보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의식해 일종의 여론전을 벌이려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용곤 병원장의 기소 내용은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152건에 달하는 대리·유령수술을 했다는 혐의다. 시민단체는 상식적으로 볼 때, 검찰이 특정한 단 35일간의 짧은 동안에 이 정도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나머지 기간에도 비슷한 수준의 불법이 자행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1년에 혼자서 인공관절 수술 등을 평균 3천 건 이상 집도했다는 의사가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라는 것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희대의 대리·유령수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수사 및 보건당국 등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법성 의혹이 속속 드러나자 고용곤 병원장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병원은 지난해 검찰 기소 직후에는 대리·유령수술 범죄 혐의에 대해 ‘단순한 수술보조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이후 영업사원이 환자의 뼈에 드릴로 구멍을 꿇고 핀을 꽂거나 빼는 일,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 망치질까지 했다는 내용의 공소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여전히 수술보조행위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1년에 혼자서 평균 3천 건 이상의 인공관절 수술 등을 했다고 건강보험공단에 보험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고, 의료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술 건수라는 비판이 거세지기도 했다.
복수의 병원 홍보 전문가들은 "최근 병원측은 이런 수술 건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방향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연세사랑병원측 법률대리인이 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진행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의 내용을 보면 연세사랑병원이 소위 ‘팀제’라는 수술 시스템을 통해 수술을 집도하고 있어, 만약 집도의가 바쁘면 팀 소속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법률대리인은 고용곤 병원장은 유명세 때문에 환자가 많이 몰려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사전에 환자에게 동의받았기 때문에 유령수술도 아니고 문제도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 주장대로라면 이런 방식으로 고용곤 병원장은 1년에 평균 3천 건 이상의 수술에 본인을 집도의로 올릴 수 있었고 그 비용을 공단에 청구한 셈이다. 그런데 본인이 수술을 집도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름만 올려놓는 것이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즉 유령수술이고 고용곤 병원장이 현재 이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다수의 기사를 통해 수술 시스템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무릎인공관절 수술에 투입되는 의사는 10명이고, 일반적으로 수술실에는 수술 집도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 수술보조간호사 2명, 스크럽 간호사 1명, 순환 간호사 1명, 마취 간호사 1명, 수술 후 마무리하는 의사 1명 등 8명이 투입된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이런 수술실 인적구성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용곤 병원장은 본인이 담당하는 중요 수술 과정을 환자 1명당 21분, 11분 만에 끝냈다고 나온다. 또 ‘국내 인공관절 수술 거장’이라고 불리는 김 아무개 의사의 사례를 들어 인공관절 수술을 혼자서 하루에 10건, 많게는 20건 넘게 집도했다는 내용도 언급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을 통해 혼자서도 그 많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은 2021년 6~8월간의 범죄혐의에 대한 것이다. 국감에서 폭로된 불법적인 의료행위 의혹이 제기된 건도 2019년 4,016건, 2020년 3,633건, 2021년 3,486건, 2022년에는 3,123건 등이다. 해당 기간 중 병원에 파견돼 대리수술에 참여했다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제보자가 밝힌 당시의 수술실 인력 시스템과 운영 구조는 연세사랑병원이 밝힌 현재의 수술실과는 다르다.
제보자가 폭로한 당시의 수술 과정을 재구성해보면,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오면 영업사원들은 환자를 수술대에 옮기고 수술포를 씌운다.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개시하면 2인 1조로 구성된 영업사원이 의사의 어시스트 역할을 한다. 수술 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피부와 근육을 당기는 일, 인공관절 삽입을 위해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핀을 꽂아 기구를 고정하고 제거하는 일, 인공관절을 삽입하기 위해 망치질을 하는 것까지도 이들에게 맡겨졌다. 이후 의사와 영업사원들은 다음 수술을 위해 다른 수술방으로 옮겨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기존 수술방에서는 의사가 아니라 병원 소속 간호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이 환자 수술 부위의 근육과 근막, 피하조직, 피부 등을 봉합하는 것으로 수술을 마무리했다. 영업사원이 환자의 뼈에 망치질을 한 사실은 제보자의 주장뿐만 아니라 고용곤 병원장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측도 인정한 내용이다. 오히려 뼈에 핀을 박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또 제보자는 고용곤 병원장이 본인을 집도의로 한 수술방을 한 번에 4~5개씩 열어놓고 실제 수술방에는 다른 의사와 병원 소속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영업사원 2인 1조가 투입돼 운영하는 ‘공장식 수술방’을 운영해왔다고 폭로했다. 고용곤 병원장은 이런 수술방에 잠깐 들르거나 방송 출연 등 이유로 아예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것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현재 연세사랑병원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고용곤 병원장이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바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기망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해왔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비의료인을 환자의 수술에 참여시키는 위험천만한 행태를 반복해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이제와서 현재 병원의 수술 시스템을 소개하며 의사 혼자서라도 1년에 수천 건의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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