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솜방망이 처벌이 불러온 대리·유령수술의 악순환
[칼럼]솜방망이 처벌이 불러온 대리·유령수술의 악순환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4.09.1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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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영업사원한테 관절 수술 맡긴 이대 서울병원 '인공 관절' 무면허 수술 의혹…경찰 수사 착수 등의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방송 보도에 의하면 이대 서울병원에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와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혹 보도이다.

이렇듯 최근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 인공관절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대서울병원을 경찰이 압수수색하는 등 대리수술이 개원가를 넘어 대학병원까지 만연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열려 지난 10일 열린 연세사랑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단독(박소정 판사) 심리로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 5명, 간호조무사 1명, 의료기 회사 영업사원 4명 등 총 10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고용곤 병원장은 의료기 회사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 등에게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리트랙터를 사용해 환부를 고정하게 하고, 석션 기기를 사용해 환부의 피를 제거하게 했다. 심지어 그들에게 직접 의료용 드릴을 사용해 환부에 구멍을 뚫거나 망치로 의료용 핀을 박는 행위 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첫 공판에서는 이례적으로 판사가 변호인단에 수술 환자의 뼈에 ‘망치질 등을 하는 것이 수술 보조행위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고 병원장의 변호인은 ‘주치의가 수술 중 핀을 박을 때 의사 2명이 양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 ‘뼈에 핀을 박는 것을 큰일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은 보조적인 것이고, 핀을 박을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의료계 관계자는 “인공관절 수술 시 리트랙터로 환부를 벌려 고정하고 핀을 박을 위치를 정해 정확한 위치에 망치로 핀을 박는 것을 어떻게 단순한 보조행위라고 하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이번 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이후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행위가 ‘단순한 진료보조행위일 뿐이고 대리수술은 아니다’라며 항변했다.

오히려 이번 재판을 통해 억울함을 밝히고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나아가 대리수술 혐의에 대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이 어쩔 수 없이 집도 의사의 수술을 돕는 것이 병원계의 불편한 진실’이고 ‘오히려 사법부가 대리수술과 수술 보조행위에 대해 판단을 해서 후배 의사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병원 영리를 추구한 불법을 마치 대한민국의 의료환경 때문인 것인 양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20년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간호조무사가 500차례 넘게 의사 대신 봉합수술을 집도한 사건의 항소심 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고법 울산 제1형사부(부장판사 반병동)는 사기·의료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6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과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울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 원장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병원 의사이자 또다른 원장인 B·C씨, 대리수술을 한 간호조무사 D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B씨는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A씨 등은 재판과정에서 현재 병원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간호사들의 진료지원(PA) 업무를 양성화 하는 간호법이 입법화 되고 있는 것을 자신들의 형량을 줄일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단체는 해당 법안에 대해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양성화한다’는 이유로 입법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사인 피고인들의 행태와 이율배반적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연이어 관행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불법대리.유령수술에 대한 판결에서 부산지법은 의사들에게 준엄한 잦대를 댄 것이다,

이렇듯 대리·유령 수술은 환자의 신체와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불법 행위의 반복과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며 강력한 처벌과 감독 강화를 촉구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대리·유령 수술에 대한 미약한 법적 대응이다. 병원들이 조직적으로 대리수술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를 단순한 의료법 위반으로 처리하며, 경미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불법적 대리수술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의료인들이 법망을 피해 불법 행위를 지속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리·유령 수술은 단순한 의료 과실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폭행·상해 행위로, 환자의 동의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의료 행위는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 미국과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상해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법적 처벌은 지나치게 가벼워,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대리수술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리수술은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규모와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만 해도, 수많은 환자들이 무자격자에 의해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난다면, 이는 오히려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법원이 "공중위생에 발생시킬 위험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대리수술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결과다.

이러한 판단은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간과하며, 불법적 의료 행위를 더욱 뿌리 깊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과 검찰은 대리·유령 수술을 명백한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검찰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특법)을 적용해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처벌의 강화를 넘어서, 의료계의 불법적 관행을 근절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결론적으로, 대리·유령 수술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보다 엄중한 법적 대응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료계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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