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발레아카데미 필요성 이제는 알려야 할 때”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
[인터뷰] “국립발레아카데미 필요성 이제는 알려야 할 때”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
  • 정지혜
    정지혜
  • 승인 2012.06.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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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포럼…국립발레아카데미 필요성 드러내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국립발레아카데미 설립’을 주제로 국내 발레 교육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은 ‘국립발레아카데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설립의 역사적 의의와 미래적 전망’이라는 타이틀 아래 펼쳐진다. 그동안 국내 발레 교육 문제를 연구해온 이들이 문제를 발제하고, 국립발레아카데미의 필요성을 발표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과 함께 이번 포럼과 국립발레아카데미 설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국립발레아카데미 설립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이제는 발레가 좋아서 시작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뽑아서 가르치는 시스템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대부분 발레가 좋아서 시작하거나, 입시 때문에 발레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한국 무용수들의 실정 속에서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뽑아주고 키워주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사실 세계 어느 나라건 국립발레단이 있는 곳은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있습니다. 원래는 발레 학교가 생기고 발레단이 들어서는 것이 맞는데, 한국은 국립발레단이 먼저 들어섰어요. 세계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국립발레아카데미 설립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인가요?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국립발레아카데미에 대한 필요성을 조사했어요. 이에 관련된 논문도 있고요. 국립발레아카데미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파악된 것 같아요. 그런 결과들을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 포럼을 통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열리는 포럼은 그동안 진행돼 온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되겠네요.

이제는 국립발레아카데미에 대해 발표할 시간이 오지 않았나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 이번 포럼은 발레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지는데요. 포럼을 통해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어떻게 설립될지 궁금해 하시거나, 설립을 혼란스럽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요. 이번 포럼은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어떻게 운영이 돼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립발레아카데미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함께 문제를 공유해주시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설립된다면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요?

지금 국립발레단의 부속아카데미는 방과 후에 열립니다. 일반 학교 일과를 마친 후 아카데미에 오는 거죠. 세계 사례를 봤을 때 발레아카데미는 일반 공부를 하면서 발레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전에는 일반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발레에 관련된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수업을 받는 거죠. 그 학교를 나오면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을 수 있고, 열여덟이 되면 대학을 갈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집니다. 학생들은 국립발레아카데미를 졸업해서 무용수가 될 수도 있고, 일반 대학에도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거죠.

 - 국내 발레 교육의 현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현재 발레 교육은 입시와 콩쿨이 꾸준히 있기 때문에 살아남아야겠다는 학생들의 열의가 강합니다. 그런 열정 때문에 국내 발레가 테크니컬 쪽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에 와 있고요.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있으면서 어릴 때 영재 소리를 듣고, 너무 일찍 콩쿨에 입상해서 정신적으로 무너져 발레를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그런 면에서 재능 있는 아이를 지켜봐 주고, 천천히 키우고, 무용수이자 예술가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발레 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어요.

경쟁을 통한 대단한 발전도 있지만 이제는 플러스알파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콩쿨을 위한 연습만이 아닌 프로코피예프, 차이코프스키, 비제 등의 음악을 듣고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 무용계에서 안무자의 부재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국립발레아카데미를 졸업한다고 해서 반드시 단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무 쪽에 감각이 있는 아이들은 안무가가 될 수도 있고, 뮤지컬이나 연극, 드라마 등을 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발레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음악, 드라마도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발레 학교가 생기면 다른 무대예술 분야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합니다. 무용수로 부족한 사람이라면 무대에서 의상, 메이크업, 조명 등으로 갈 수도 있고요.

- 음악과 드라마 등 다양한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발레는 테크닉만은 아닙니다. 콩쿨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자신을 좁게 생각하지 말고 아티스트로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드라마, 음악에 대한 감각도 키워놔야 합니다. 안무가는 음악을 많이 알아야 할 수 있어요. 만약 그런 교육이 이뤄진다면 유리 그리가로비치나 보리스 에이프만처럼 세계적인 안무가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국립발레아카데미는 그런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발레학교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세계 콩쿨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 않습니까. 국립발레단도 50년의 역사가 있고요. 앞으로 100년을 바라본다면 이제는 아티스트가 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열여덟이 되면 발레단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여덟에 발레단 생활을 시작해서 코르드 발레에서 시작해 좋은 무용수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닦는 연습이 필요해요. ‘백조의 호수’도 해보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해보고, ‘스파르타쿠스’도 해보고요. 그렇게 닦다 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가장 절정에 닿을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거죠. 그런데 한국은 스물넷에 입단하다 보니 절정까지 약 십 년이라는 시간 안에 빨리 기량을 보여줘야 해요. 조금만 능력 있어도 솔리스트부터 시작하다보니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데뷔하는 부분도 있고요.

- 국내 발레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해마다 강수진, 김지영, 김주원 발레리나 같은 무용수가 나오기는 어렵잖아요. 그것이 교육 문제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해요. 강수진 발레리나도 일찍이 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활동했어요. 김지영, 김주원 발레리나도 어린 나이에 발레단에 입단해서 많은 작품을 했고요. 

한국은 대학 입시와 예중, 예고 입시, 콩쿨 위주의 커리큘럼이 정착돼 있어요. 입시 때 마다 선생님도 계속 바뀌고요. 개인 지도가 많으면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인내심을 키우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요? 입시 위주의 풍토가 아티스트로서의 무용수를 키우는 데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용수는 어떤 컴퍼니에서 자신을 닦고 배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발레가 자기 철학을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안무를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요. 그렇게 하려면 아티스트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국립발레아카데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는 무엇인가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과의 관계를 걱정하고 있어요. 비슷한 단체가 생기다 보니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다르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국립발레아카데미에서 모든 발레 인구를 끌어오겠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잘 연구된 사례를 통해서 가능성 있는 인재를 뽑아오는 거죠. 각 단체마다 색이 있잖아요. 유니버설 발레단의 색, 서울발레시어터의 색이 있는 것이고요. 이제는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해요.

-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설립된다면 발레 대중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석사, 박사 학위를 따기가 어려워요. 그렇다 보니 학위가 없어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발레단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 발레단의 수준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유명 안무가의 작품을 할 때도 DVD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품을 해 본 무용수들에게 배울 수도 있고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그럼 현역 무대를 은퇴한 무용수들의 향후까지 보장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세계 모든 발레 학교가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도 이런 부분을 다룰 예정이에요. 참여하시면 왜 발레 학교 시스템이 필요한지 알게 되실 겁니다. 해외에서는 ‘발레 학교가 없는 데도 이 정도까지 왔다’고 대단하다고들 해요.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열정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일찍 교육한다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설립된다고 가정했을 때 기대하시는 성과가 있으신가요?

국립발레아카데미가 설립된다면 좋은 안무자, 좋은 무용수, 좋은 발레 스태프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내 스태프만으로 명작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합니다.

발레가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지만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으로 세계에 퍼졌지 않습니까. 그들도 그 나라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만들었어요. 저희도 20년 동안 많은 교류를 해 왔고, 이제는 우리 것을 만들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을 만들고, 우리 인력을 만들 수 있는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동참해주시고, 관심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국립발레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은 6월 15일(금)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다. 포럼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무료로 진행된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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