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영 칼럼] 좋은 정부, 나쁜 정부
[오순영 칼럼] 좋은 정부, 나쁜 정부
  • 오순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오순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4.05.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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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이란 말이 있다. 악인데 필요하다니 이처럼 이해가 어렵고 모순된 말도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만큼 오늘날의 정부를 딱 떨어지게 표현하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필요악은 라틴어로는 malum necessarium, 영어는 necessary evil 인데 에라스무스의 “격언집”에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참고로 이 책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출판된 책 중에서 베스트셀러였다.

필요악 중에서도 정부는 대표적인 필요악인데, 이점은 서글프게도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 토머스 페인, 노엄 촘스키는 정부가 필요악이라고 했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토머스 제퍼슨 미국의 제3대 대통령 / 위키피디아 자료사진
토머스 제퍼슨 미국의 제3대 대통령 / 위키피디아 자료사진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고 2달러 지폐와 일리모어 산 큰 바위 얼굴에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그는 ‘권력에 관해서는 그 어떤 인간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그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헌법의 사슬로 묶어놔야 된다.’고 하였으며, 정부는 검소하고 현명해야 하지만 국민 각자의 일에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하였다.

토머스 페인은 ‘정부는 최상의 상태에서도 필요악이며, 최악의 상태에서는 견딜 수 없는 악’이라는 다소 위트 있는 말로 정부가 감추고 있는 악성을 함축적으로 묘사하였다. 제퍼슨과 페인은 2세기 전 사람으로 미국의 독립과 헌법의 기초를 만들었고, 자유주의자며 진보주의자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자 정치 철학자이지만 미국 좌파의 상징이며, 무정부주의자다. 그는 ‘인류 평화의 최대 위협은 바로 미국, 다른 나라가 미국을 공격하는 것은 테러이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대테러’라고 미국을 비꼬았는데 그의 견해로는 미국 정부야말로 인류 최악의 필요악이다.

‘정부는 필요악’이라는 말이 한때는 자유주의자, 진보주의자, 무정부주의자의 냉소에 지나지 않게 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정부는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내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어준 고마운 필요선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부정선거, 언론을 이용한 여론 조작,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탄핵하여 선거를 무용지물로 만든 일, 정적을 적폐로 몰아 숙청한 일,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을 정도로 살기 어려워진 상황, 코로나 판데믹 기간 동안 자행되었던 끔찍했던 방역, 민주화 유공자로 포장된 좌파의 공고한 이권 카르텔, 제도와 체제의 점진적 변화보다 의사수만 늘려 의료개혁 하겠다는 반민주적이며 유물론적인 발상 등은 정부가 필요악임을 증명하는 연속된 많은 사건들 중 일부이다.

정부가 필요악이면 관료에게 나라는 천국이지만 국민에게 나라는 지옥이다. 하나의 나라가 동시에 천국과 지옥이 되는 모순이 벌어지는데, 이 때문에 국민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이 어려워 더욱 정부에 종속되고, 조작된 여론에 쉽게 현혹되어 개성 있고 독립된 인간으로서 삶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필요선에서 필요악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탄하며 지켜보면서도 필요선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기억조차 없다면, 희망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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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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