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의 산재 근로자 현실을 반영한 판단과 적극적 태도의 필요성
[ 다현로앤컨설팅 노무법인 산재질병보상센터 손지현 노무사 ]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직업병 중 하나인 소음성 난청은 과거부터 많은 논쟁의 중심에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는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의 그래프상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소음성 난청’은 85dB 이상의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주로 고주파 영역에서 청력 손실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며, 전 음역에서 청력이 고르게 손실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두 질환의 청력도 패턴이 유사하여 구분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산재 승인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경계의 모호성에 따라 소음성 난청 신청 시 재해 근로자의 나이가 고령인 경우 근로복지공단 지침에 규정된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노인성 난청에 해당함을 이유로 산재 신청을 불승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2019년 기준, 소음성 난청 산재 불승인 사례 중 법원에서 근로자가 승소한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기준이 다소 엄격하거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견은 공단의 판정 기준이 다소 형식적이고,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재된 사례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된다. 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빈번한 것 또한 이와 같은 여론을 지지하는 근거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론을 반영하여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3월 업무처리 기준을 개정하였다. 소음 노출 경력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노인성 난청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 변화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일부 사례에서 노인성 난청을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대립의 핵심은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 있다.
이는 근로자 입장에서 억울한 불승인 사례를 양산할 수 있고, 장시간 소음에 노출된 산업현장의 현실이 외면될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산업현장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근로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직업병이므로 소음성 난청 판정 기준을 더욱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모호한 사례에 대해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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