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에서 발생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는 수도법을 개정하여 각 지자체마다 10년 주기로 상수도관망을 세척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지난 8월 경북 구미시에서의 61억 관세척 계약을 필두로 전남 화순군과 충북 충주시 그리고 경남 김해시 등에서도 ‘공법선정위원회’를 통한 세척업체 선정 절차가 진행돼왔다.
문제는 이러한 선정 과정이 법적으로 무효라는 데 있다.
공법선정위원회 운영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을 보면 그 대상이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관 내부를 청소하는 ‘수도법상 세척용역’에까지 본 예규를 적용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 ‘공사’란 건축과 토목을 일컫는 것이고, ‘용역’이란 생산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데, 어떻게 이 두 분야를 동일시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실상 '상수도관망관리대행업(세척)'은 조달청(나라장터) 업종코드로도 수도법 제21조의4에 근거하여 ‘공사’가 아닌 ‘용역’으로 분류가 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지자체의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지자체에서 세척업체를 선정하려면 공공 차원에서 검증이 된 ‘세척기법 설명서’가 있어야만 참고를 할 수가 있게 되는데, 이런 것조차도 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이제까지도 줄곧 외면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척기법 설명서'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도 부담스러운 일일까?
전혀 그렇지도 않다. 세척방법, 최대 세척 유효거리, 최대 세척 가능 관경, 블록 단위 세척시간 등 주요 항목들에 대해서 각 세척업체들이 적어내게 하고 이를 취합하기만 해도 되는 일이다. 물론 설명서 작성은 발주처에서 인정한 실적 증명 내용을 기반으로 하도록 해야 함이 당연하다.
한편 그동안 관세척 기술을 '용역(기법)'이 아닌 '공사(공법)'로 다뤄온 것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정안전부는 물론이거니와 수도정책 수립에 깊이 개입해오고 있는 일부 학자들로서도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이민세
먹는물대책소비자연대 대표, 전 영남이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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