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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집단휴진 의사 10명을 형사고발한데 반발해 의협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현직 내과의사가 올린 글이 온라인 상에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학병원 내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28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정부와 언론사들이 이렇게 악랄할 줄 몰랐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려 처참한 마음을 전했다.
정부의 입장과 의협의 보도자료 외에는 의료계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가 좀처럼 전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기고문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본지는 해당글을 입수하고,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가감없이 그대로 전문을 공개하기로 하였다.
28일 오전 내과의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첫번째 글
저는 흔히 의료 정책의 실패라고 대표되는 의전원 출신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공부를 성실히 했던 학생입니다. 사람 살리는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IMF로 아버지가 권고 사직을 하고 나니 가계가 어려워졌고, 수능 점수가 모자란데 재수를 할 형편이 안되서 일반 대학에 진학해서 장학금 받으며 의전원 시험을 준비했고, 장학금을 주는 의전원에 갔습니다.
잠깐 피안성 정재영 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기과에 흔들렸지만 바이탈이 너무 하고싶어서 빅 5에서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제가 2년차때 전공의 88시간 법이 생겼습니다. 1년차를 벗어나면 좀 살만 하겠지 하다가 2년차가 되었는데도 당직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전공의 수련 환경은 더 좋아져야 되는게 맞으니 조금만 더 참자 했습니다. 펠로우가 되었습니다. 전공의 80시간법으로 바뀌었더군요. 펠로우는 저 근무시간 제한이 전혀 없습니다. 아예 입사 원서에 초과 근무를 당해도 불이익이라 생각하지않겠다 라는 란에 서명을 해야합니다. 전공의가 놓치는 부분들을 챙겼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밤을 꼴딱 새가면서 바이탈을 간신히 잡아 보호자에게 그래도 가망이 있어 보인다고 말할때 얼마나 뿌듯한지요. 의학적으로 얼마든지 발생가능한 심정지, 뇌출혈, 뇌졸중 갑자기 생겨서 아끼던 환자를 잃게되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아직도 한 당직때 세명의 환자를 보낸날 느꼈던 그 좌절감과 슬픔,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걸었던 순간들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공의들에 먼저 투쟁하러 나갔습니다. 선배 의사로서 기꺼이 공백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부가 이렇게 악랄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공의들을 해코지 하면 스탭들도 사직서 쓴다고 말은 했지만, 오늘 아침에 고발한다는 기사를 보니 처참하고 눈물이 납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환자 곁을 정말 떠나야하는 건지. 막상 환자를 떠날 생각을 하니 내가 왜 의사가 되었지 자괴감이 들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부터 어떻게 잘못되었길래 여기까지 온걸까요.
오늘도 언론은 응급실에서 고작 요로감염, 담낭염 가지고 설레발 치는 지방의사 이야기를 대서 특필하고 있네요. 대학병원 응급실이요? 살얼음 판입니다. 심폐소생술은 기본이고 인공호흡기 에크모 돌리면서 밤새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지금 분노하고 있는 의사들은 생명과 직결된 과를 다루는 의사들입니다. 누구보다 사명감이 투철했고, 환자 살리기 위해 몸 상하고, 삭감 당해도 환자 하루 더 살려서 행복해 했는데. 더 이상 수없이 쏟아지는 비난과 전공의들을 향한 강압을 견딜수 없는데.. 막상 환자 곁을 떠날생각을 하니.. 처참하기 그지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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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내과의사가 28일 오후에 올린 두번째 글 전문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댓글은 못달아 드렸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경황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 선별진료 보고 오후 회진도 돌고 왔습니다.
내일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24시간 주말 당직을 서야합니다.고소당한 전공의들 겉으로는 파업했지만 수술방에서 일하고, 다른 흉부외과 전공의는 중환자실에서 밤새 근무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정부는 그 젊은 의사를 고발했네요.제 앞의 환자 소중하니까 그분들을 돌려보내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안될것 같아요.널리널리 퍼뜨려야 하는데 이런건 기사에도 보도가 되지 않네요.
그래서 여기에라도 글을 올립니다.
최선을 다해 환자 보면서 싸워보겠습니다.저희의 진료 축소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으실 분들께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공부하고 환자보던 저희들이 이렇게 투쟁의 자리로 몰리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공의대 설립되도 저야 이미 대학병원에 자리 잡았으니 그 자리만 잘 지키면 되는데 그게 되지 않습니다.
젊은 의사에게 강압적으로 대처하고, 여론 몰이 하고, 뒤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의대 설립 경축을 붙여놓고. 표를 얻기 위해 지역구마다 의대를 뿌릴 기세더군요. 잘못을 지적해도 남탄하기만 급급한 그들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서 요 며칠 잠을 못이루었습니다.
더 상처였던건 언젠가 본인들도 정부의 타겟이 되어 강제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데 그 사실은 모르는지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비난하는 글들이었습니다.
무조건 비난하는 분들만 있는게 아니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진료하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해 저와 저의 동료 의사들의 언행과 진료에 상처받으셨던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수도권의 코로나 기세가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중환자 병상 확보가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 절대 아니고,중환자를 보는 인력을 확보하는 건 그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중환자 한명을 보기위해서는 의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간호사, 혈액투석 간호사, 호흡치료사, 영양사, 약사 등등...
코로나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습니다.그렇지만 중환자실에서 보존적인 치료(인공호흡기, 신장투석기, 체외순환기(ECMO))를 돌리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제거될 때까지 버틸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이 확보가 안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가 싫습니다.
지금보다 확진자가 증가해서 실제로 중증 환자들이 나올 1-2주 뒤가 저는 너무 걱정이 됩니다. 원래 바이탈을 다루는 의사들이야 최악을 가정하고,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직업적 습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뉴스로만 봐오던 이탈리아, 미국, 남미와 같은 상황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동안 중환을 보느라 지쳐있던 의료진들이 이번 사태로 사기가 너무 많이 꺾여버렸고,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스탭들도 지쳤고, 병동에서 도와주시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많이 지쳐버렸습니다.시절이 하수상합니다. 그래도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모쪼록 무탈하시길 간절히 빕니다. (이상 내과의사의 두번째 글 끝)
!['공공의대 증설·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8월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news/photo/202008/230120_126337_1015.jpg)
한편 의료진 10명이 고발당하자 이에 반발하여 의과대학 교수진도 파업 동참하여 결국 서울대병원 내과가 문을 닫기로 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들은 27일 회의를 열어 집단휴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정부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기내과와 순환기내과 등 9개 세부 진료과에서 일하는 100명가량의 교수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래는 물론이고 신규 입원과 각종 검사 업무 실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에 이어 교수도 집단휴진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 단체행동에 교수들이 동참하는 건 처음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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