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7) 택시 앤더 시티(Taxi and The City)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7) 택시 앤더 시티(Taxi and The City)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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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었다는 건 아마 이런 것 같다. 어제 뭘 먹었는지는 흐릿하지만 오래전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어릴 적 동생과 단 둘이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하던 것처럼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왠지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았던 그 때의 기분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는 또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의연하게 'OO으로 가주세요' 라고 했다. 기사님은 시원스럽게 출발하셨는데 이내 멈춰서는 어떤 여자분을 태웠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중에야 그게 바로 '택시합승'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고 한참 지난 뒤 알아차려봤자 별 소용은 없었다(물론 내 성격상 그 당시에 바로 알아차렸더라도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건장한 남자분을 태우고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우리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동생과 함께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어 내가 느꼈던 불합리함이나, 좁은 뒷자석에서 불편했던 시간들은 이내 잊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택시합승이 매우 흔하게 있었던 시기를 지나 점차 '있을 수 없는 일'로 인식되어갔고, 이제는 ‘아이고, 그 땐 그랬지’ 하고 떠올릴만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덧 내 아이들도 혼자 택시를 탈 수 있을만큼 세월이 흐르고, 최근 택시합승이 다시 합법화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반반택시’라고 하는 이 서비스는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를 통한 시도로, 지난 8월 1일 시행되었고, 서울시에서도 12개구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이지만 어쨌든 택시합승이 다시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합승택시 부활’,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9072914498232721)

최근 몇 년간 택시 업계에는 지난 몇 십년에 걸친 것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었다. ‘모바일 배차 서비스’는 가장 먼저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다. 이 전에는 택시를 이용할 때 길에서 탑승 시도를 하거나 전화로 부르는 콜택시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배차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용자의 대부분은 이 간편한 ‘모바일 콜’로 옮겨갔다. 이를 시작으로 2018년에 ‘승차공유 서비스’의 베타버전이 출시되자 택시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법서비스 논란으로 뜨거웠다. 결국 승차공유 서비스는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보류 단계에 머물러야만 했고, 이슈의 중심이었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회사 2곳을 연달아 인수해서 사업 확장을 꿈꾸고 있다.

또다른 논란의 주인공은 대형 택시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였다. ‘타다’는 임대차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34조’를 피해서 11인승 카니발로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로 인해 기존 택시업계의 따가운 견제를 받아야만 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34(유상운송의 금지 )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는  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斡旋)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5. 6. 22.>

누구든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외국인이나 장애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있다. <개정 2015. 6. 22.>

자동차대여사업자는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사업용자동차를 사용하여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5. 6. 22.>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18(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  34조제2 단서에서 "외국인이나 장애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다음  호의 경우를 말한다.


1. 자동차대여사업자가 다음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
. 외국인
. 「장애인복지법32조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
. 65 이상인 사람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 자동차를 6개월 이상 장기간 임차하는 법인
.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 본인의 결혼식   부대행사에 이용하는 경우로서 본인이 직접 승차할 목적으로 배기량 3,000cc 이상인 승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2. 「소득세법 시행령224조제1항제1호에 따른 대리운전용역을 제공하는 자를 알선하는 (「소득세법168조제3, 「법인세법111조제3 또는 「부가가치세법8조제5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자로 한정한다)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
[전문개정 2015. 11. 30.]

단시간에 이용자를 늘리고 호평을 받고 있던 타다는 기존 택시업계의 견제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난 7월 중순 발표된 국토부 결정에는 더이상 꿋꿋할 수만은 없었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이번 개편안에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렌터카를 활용한 영업을 합법화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즉 ‘타다’는 현재 방식으로는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 국토부 "타다, 택시 면허 따고 영업해야"…기사 알선 편법 불가, https://www.motorgraph.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40)

개편안에 따르면, 택시면허 보유자만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차량은 렌터카 이용이 금지되며 반드시 구매한 차량으로 서비스 해야 한다. 타다는 현재 일반 운전자와 렌터카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기여금도 내야 해서 비용구조가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다 측이 국토부 개편안에 반대하는 배경은 렌터카 금지나 기여금, 택시운전면허 의무화가 핵심은 아니다. 국토부가 택시 감차와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를 1대 1로 연동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 김경욱 제2차관은 “(플랫폼 운송 사업자허가 총량은) 택시감차 대수 이하로만 허용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아무리 사업이 잘돼도 원하는 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타다 입장에서는 J커브를 그리며 급성장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의 개편안은 타다에 무늬만 다른 택시 사업만 허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갈라진 모빌리티 스타트업 씬, 왜?, https://byline.network/2019/07/19-69/)

정부가 지금과 같이 택시시장에 있어서 ‘면허 총량제’를 고수하게 되면 타다와 같은 기업은 택시 면허 하나당 7천만원, 기여금은 자동차 1대당 월 4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타다, 국토부 상생안 '반대→찬성'…면허임대 수용할 듯, https://www.zdnet.co.kr/view/?no=20190712155149,) 이에 대해 승차공유이용자모임(카풀 드라이버 및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택시면허 총량제로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방향은 진정한 공유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렌터카를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통로를 막아버리면 우리나라 모빌리티의 공유경제는 있을 수 없다”고 강경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카풀모임 “택시 개편안, 요금인상 초래할 것…렌터카 허용해야” http://www.bloter.net/archives/350169).

모빌리티 스타트업 쪽에서는 이 개편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택시와 상생해야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다와 같이 기존 택시업계와 별개로 독자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어낸 기업들은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 변화의 흐름이 빠른 가운데, 오래된 규제와 새로운 개편안이 얽혀있다. 연일 각 기업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발표되는 걸 보면서도 여전히 택시의 손님이 되는 ‘이용자’의 의견은 빠져있는 것을 느끼고 나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이용자들의 편의나 모빌리티 서비스의 발전을 위한 방향이 아닌, 택시업계와 관련 기업들의 입장만을 반영해서 발표한 개편안에 대해 이용자들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조용히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약간은 강경하고 당연하게, ‘이렇게 들러서 갈게요’ 하면서 합승을 권하는 택시 기사님 말에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던 어릴적의 나의 모습과 닮아보여서 말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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