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처방한 의사들14] 미술과 의학의 랑데부 이순표
[예술을 처방한 의사들14] 미술과 의학의 랑데부 이순표
  • 편집국 김미성 기자
    편집국 김미성 기자
  • 승인 2010.10.04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안국갤러리 처방전(展)

“출발은 순수하고, 뜨겁게 무작정 달구어졌지만, 이젠 멈출 수 없는 여행이 되어 병원과 작업실, 단절된 듯 오묘한 두 공간과 시간을 오가고 있다.” (이순표) 

가을볕이 따사로운 요즘, 아련한 그리움의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나무에 홀로 달린 새, 아이가 떨어뜨리고 간 실내화, 거리에 우둑하니 앉아있는 도둑고양이 등등. 가을은 때때로 우리 마음에도 물수제비를 던진다. 콩.콩.콩. 물수제비가 맑은 물을 두드리면 약하지만 멀리 퍼지는 파동이 인다. 우리는 그것을 아련한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파동이 일까.  

여고 시절의 이순표 교수는 덕수궁 옆의 미술관들을 지나며 그림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갔다. 그림이 좋아지면 소장하고 싶고, 소장하면 직접 그리고 싶듯. 그녀의 마음속에 쌓인 그리움은 결국 붓을 들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화실을 기웃기웃 거리며 구체적으로 그림을 배워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순표 교수는 그 붓을 놓지 못한다. 

- 한 작품이라도 누군가의 가슴을 때릴 수 있다면… 

부모가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는 그림을 분만실에 걸어놨어요. 명화를 보고 구상한 작품이죠. 한 작품이라도 누군가의 가슴을 때릴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오늘은 임신 3-4주 된 미혼모가 응급실로 취해서 소란을 부리고 갔어요. 안타까웠죠. 엄마의 책임감이 정말 중요해요. 잃어버린 모성애를 다시 찾고 엄마들이 자리를 잘 잡아야 사회도 밝아져요. 전 그림에 어떤 경각심을 담고 싶어요. 의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에요. 의사라는 직업이 예전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것들로 부각되고 있어요. 사회에 보내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어요.   

- 그림 작업을 안 했다면 의료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작업을 안 했다면 의료를 계속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일과 직업에 몰두하다보니 가족들이 힘들어해서 적절히 조절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도 가죠. 작업하는 그 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어떤 안정감을 느껴요. 서너 시간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죠. 

- 작품명 : operation room(수술실) / 73x54cm, oil on canvas, 2000 

의사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요. 지금 일반인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옛날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요. 예전에는 의사들을 충분히 이해해주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모든 걸 의사한테 떠넘기려는 분들도 많죠.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의사도 힘든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그런 마음으로 그렸어요.  

- 남자가 그린 그림이라는 오해 

남성적인 성향이요? 그렇다고 봐야죠. 그림에서 강한 터치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아요. 실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그림은 남성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강한 느낌이 난다고요. 실제 성격도 약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는 추상   

기본적인 묘사는 구상적으로 한계가 느껴져요. 추상은 아니고 반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느낌과 욕망을 캔버스에 담아내죠. 그저 자유롭게. 결국 구상과 추상은 같은 것 같아요. 내면이냐 외면이냐, 어느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다를 뿐이죠. 

흔히 예술은 무형이던 유형이던지간에 무언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둘이, 혹은 다수가 어느 정점에서 만났을 때 예술은 꿈틀대며 몰입 또는 열정을 만든다. 이순표 교수는 말한다. 당신의 작품 중 하나라도 움직임 없이 제압당해 멈춰 서서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편집국 김미성 기자
편집국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