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위험한 상상에 도취된다. 설령 그것이 잔혹하고 무자비한 짓이라도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쾌감을 가져다준다. 인간이란 금지된 것에 더욱 희열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스트레스나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눌러온 감정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상상으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범죄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그 상상들은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응어리로 만들어 부지불식간에 폭발하기도 한다. 휴화산이 자극에 의해 터지면 그 끝은 까맣게 먼지 낀 절망과 어둠이다. 인간이 절망과 어둠을 느끼면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 참담하다. 궁지에 몰릴 때 사람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자살왕국’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높은 자살률을 자랑한다. 숨 막히는 사회의 구조와 어긋나는 감성의 부재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충돌 한다. 그리고 쉽게 자살을 결정한다. 자살은 전염병처럼 쉽게 퍼져나간다. 자살. 이 끔찍하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심각한 소재는 쉽게 이슈화 되면서 하나의 흥밋거리로 전락했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은 사람의 최종 관문은 자살이다. 왜 그토록 우리는 죽고 싶어 하는가. 고통 없이 쉽게 죽을 수는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안락사의 자살 사이트를 찾는다.
- 무대는 한정돼 있지 않다, 관객석도 무대다
자살을 비웃음으로 그려낸 이 블랙코미디는 촌철살인의 위트와 풍자로 유쾌함을 독식한다. 자살이라는 소재로 웃기려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보면 볼수록 ‘살자!’ 하고 외치게 된다. 밑도 끝도 없이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소재를 코미디로 그려낸 이 작품은 관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극중 안락사는 관객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자신의 자살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살 상품이 되어버린 관객들은 어느새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숨 쉬고 연기하며 쉴 새 없이 연극으로 빠져든다. 배우들이 내뱉은 열정의 뜨거운 한숨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이러한 점은 무거운 소재속의 뼈있는 주제 전달과, 감동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터지는 애드리브에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되고, 무대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벽은 허물어진다.
- 골라 죽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자살상품들!
‘맨땅에 헤딩하기’, ‘스카이 다이렉트’, ‘샴푸의 요정’, ‘프리허그맨’등 이름만 들으면 어린아이들 장난 같다. 그러나 이것은 안락사가 연구해낸 자살 방법들이다. 이 상품들은 죽을 ‘死(사)’자가 커다랗게 새겨진 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죽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을 반긴다. 품명만 보면 하나의 놀이 같아 자살하는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잔인하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진다. 죽음은 어찌 됐든 미화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샴푸의 요정’이란 아름다운 품명의 자살 상품, 샴푸를 먹고 입에서 거품을 뿜으며 아름답게(?) 죽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 안락사가 추천하는 자살 방법들은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의 제안이자 다시 죽음을 고려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옛말에 뼈저리게 공감하게 된다.
- 자살 VS 살자, 충돌하는 나약한 의지들
그녀가 수상하다. 솔직히 여자라고는 하지만 괴기스러운 얼굴하며, 거대한 풍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여자는 아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죽고 싶은 이 여자는 이름과 싱크로율 마이너스 200%의 아이디 ‘마돈나’. 그녀는 여러 가지 자살상품이 즐비한 자살사이트 회장 ‘안락사’를 찾게 된다. 죽고 싶어 하는 그녀이지만 뭔가 미심쩍다. 안락사가 자랑하는 자살상품들을 보며 흥미를 갖지만 쉽게 실행하려 들지 않는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죽자고 온 건지 살자고 온 건지 모르겠다. 끔찍하고 괴상한 죽는 방법들은 나약한 생각이 낳은 극단적 선택 ‘자살’을 ‘살자’로 뒤엎어 놓기 충분하다. 죽어가는 어두운 영혼에게 이것은 따가운 일침이다.
편집국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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