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만 어릴 때 모든 국민학교 앞에는 떡볶이를 파는 분들이 있었다. 아저씨들도 더러 있었지만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이들이 넉넉한 분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씨 언젠가 떡볶이를 먹던중 아줌마가 엄지발가락 쪽 구멍이 크게 난 검은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옷도 얇게 입고 있었지만 아줌마들은 늘 어린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보냈다.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사람이나 모두가 돈이 없던 시대라 지금에 비하면 재료가 엉성했지만 그래도 그 냄새와 맛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떡볶이를 편히 사 먹을수 있는 친구들은 좀 사는 집 애들이었다. 대부분은 버스 회수권이나 토큰을 떡볶이와 바꿔 먹었다. 그리고는 집까지 걸어 갔다. 물론 그렇게도 못사먹는 친구들이 수두룩했다. 아줌마 사장님은 지금처럼 개인 접시에 떡볶이를 준 것이 이니라 철판에 끓고 있는 떡볶이를 낸 돈 만큼 먹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와 친구 녀석들은 늘 몇 개를 더 먹었다. 그리고는 그런 걸 못 알아차리는 아줌마를 낄낄대고 비웃었다. 더 많이 속인 날은 더 즐거웠다. 난 학급의 반장이었다.
35세에 단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교수 초기였으니 아마 40세 이전 같은데 잡지를 보다가 이전의 떡볶이 아줌마 관련 컬럼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저자는 아줌마들이 애들이 먹는 떡볶이의 갯수를 모르고 있던 게 아니고, 모두가 배고파 살 때인 만큼 자식 생각하면서 애들이 더 먹는 것을 늘 눈감아 주었다는 것이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면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떡볶이 아줌마들은 지난 30년 이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체육계에도 떡볶이 아줌마 같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체육 지도자들이다. 2024년 현재 5,413명의 학교운동부 지도자, 1,150명의 직장운동부 지도자, 2,800명의 지방체육회 지도자, 844명의 스포츠클럽 전임지도자 등 선수와 생활체육 인구를 지도하는 전임 지도자들이다. 물론 각 분야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지도자를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나다. 프로스포츠 종목의 재벌급 지도자들도 극히 일부 있지만 직장운동부 지도자는 2백~4백만원, 나머지 대다수는 한국사회 최저생계비인 2인 가구 221만원, 3인 가구 283만원에도 못미치는 2백만원 내외의 급료를 받고 있다.
1년 근무한 지도자나 10년 근무한 지도자나 급료 차이도 없다. 호봉제는 지난 20~30년 동안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3년 무기직으로 일부는 변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1년 계약직이다. 비정규직에 처우 수준이 혼자 벌어 가정을 꾸리기에 턱도 없다.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체육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금메달을 일궈낸 사람들이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체육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권적, 시대적, 사회적 과제다.
힘든 여건에서 체육지도자들은 미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키워내고, 유아부터 노인까지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직업 선수를 지도한다. 음식과 약이 아닌 운동으로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지키고 있다. 약자와 소외된 청소년들에게도 각별한 사랑을 베풀고 있다. 가끔씩 아주 이상한 일부 지도자들의 일탈이 보도되고 있지만 거의 대다수는 그야말로 선량하고 우직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다. 현대판 떡볶이 아줌마 같이 고달픈 일상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들은 또 그렇게 매일 운동장을 향한다. 체육지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강신욱 교수는 한국체육학회장,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출신으로 단국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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