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실’을 ‘용산대’로 이름을 즉시 바꿔라
[칼럼] ‘대통령실’을 ‘용산대’로 이름을 즉시 바꿔라
  • 김창진 칼럼니스트
    김창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0.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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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부터 이름 짓기는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이름을 잘 붙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공자도 正名정명 즉 올바른 이름을 강조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실체와 이름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을 ‘대통령실’이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잘못된 명칭이다. 올바른 이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실’에서 ‘-室실’이라는 한자가 문제다. 현재 ‘대통령실’은 용산의 대통령 집무 공간 전체를 말한다. 즉 과거 국방부 건물로 썼다가 개조해서 지금은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 쓰고 있는 건물 전체를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다. 행정상으로는 대통령 관련 집무 조직 전체를 일컫는다. 과거에는 ‘청와대’라고 불렀던 이름에 대응한다.

그 ‘대통령실’의 ‘室실’이 왜 잘못인가? ‘室실’은 방 하나를 가리키는 한자다. 행정부서에서는 장차관 아래에 室실, 局국이 있다. 기업에는 ‘비서실’,‘기획실’ 등이 있다. 또 집에는 ‘내실’, ‘거실’, ‘정실’, ‘후실’ 등이 있다. 아파트에는 ‘경비실’이 있다. 이렇게 ‘실’은 어디에 딸린 작은 조직에 사용한다.

‘-실’은 방 하나이기에 독자적인 조직에는 쓰지 않는다. 집 전체는 궁, 전, 대, 각, 관, 헌, 당, 원 등의 한자를 사용한다. 그리고 ‘-실’은 그 집의 방 하나를 부르는 데 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국가 지휘부가 자리 잡은 독자적인 큰 조직에 ‘-실’을 붙이는 건 語不成說어불성설이다. 엄청난 실수다.

둘째, ‘대통령실’ 아래에 ‘비서실’, ‘정책실’, ‘국가안보실’이 있다. 어떻게 상하 위계가 다른 기관들을 똑같이 ‘-실’로 부르나? 지금 체계에서는 4개 실이 똑같은 위계가 된다. 그래서 4개 실의 장들인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동급이 되고 만다. 아래 3개의 ‘-실’은 맞으나, 그 3개의 실을 거느리는 전체 조직도 ‘-실’이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망발이다.

용산의 대통령 관련 집무 조직 전체와 그 건물 전체를 통틀어 일컫는 ‘대통령실’은 잘못 지은 이름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관저’라고 부른다. ‘白堊館백악관’이 바로 그것이다. 수상이 있는 나라들에서는 ‘총리 관저’라고 부른다.

현재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대부분은 대통령 집무 공간을 ‘-宮궁’으로 부른다. 대개 왕실이 소유하던 궁궐을 물려받아 쓰고 있어서다. 프랑스는 ‘엘리제궁’, 러시아는 ‘크렘린궁’, 오스트리아는 ‘호프부르크궁’, 슬로바키아는 ‘그라살코비흐궁’, 우크라이나는 ‘마린스키궁’, 리투아니아는 ‘빌뉴스궁’, 인도네시아는 ‘보고르궁’, 필리핀은 ‘말라카낭궁’, 베트남은 ‘하노이궁’이라 한다.

또 그냥 ‘대통령궁’으로 부르는 독일, 이집트, 페루, 미얀마 등도 있다. 북한은 ‘주석궁’이라 한다. 이처럼 대통령제 나라 대다수는 대통령 집무 공간을 ‘-궁’으로 부른다. 대통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통령 집무 공간을 ‘-궁’으로 부를 수는 없다. 봉건적이라고 비판받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대통령 집무 공간은 어떻게 불러야 옳은가. 용산의 대통령 관련 집무 조직 전체와 그 건물 전체를 통틀어 일컫는 이름은 ‘청와대’의 전통을 이어 ‘용산대’라 이름 붙이는 게 적합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臺대’는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을 뜻한다. ‘高臺廣室고대광실’은 “매우 크고 좋은 집”을 의미한다. 또 ‘玉臺옥대’는 “玉옥으로 만든 집이라는 뜻으로, 임금이 있는 곳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대’는 높고 큰 집을 이르는 한자다. 또 ‘옥대’처럼 최고 통치자의 공간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따라서 ‘-臺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의 명칭으로 적합한 품위 있고 개념도 큰 한자이다.

둘째, ‘龍山臺용산대’는 과거 ‘景武臺경무대’와 ‘靑瓦臺청와대’로 이어지는 한국 대통령 집무 공간 이름의 전통을 잇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대통령 집무 공간은 ‘-대’의 이름으로 내려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전통을 깨버렸다. 역사를 단절시키는 건 좋지 않다. 대통령 집무 공간은 지명인 '용산'과 '대'를 결합하여 ‘용산대’라 부르는 게 좋다. 그렇게 하여 역대 대통령 집무 공간의 전통을 잇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윤석열 정부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과거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과 대통령 생활공간이 같은 경내에 있었다. 그래서 통틀어 ‘청와대’라 부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집무 공간과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대통령 집무 공간은 앞서 말한 이유로 ‘용산대’로 고쳐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대통령의 공관은 그냥 ‘대통령공관’으로 부르는 게 좋다. ‘국무총리공관’ 등도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관례를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집무 공간은 ‘용산대’로 새로 이름을 지어 붙이고, 대통령의 생활공간은 ‘대통령공관’으로 관례대로 부르면 무난하다.

용산대’는 ‘용산 대통령 집무 공간’의 앞 세 글자를 축약한 것으로 기억하기도 좋다. 윤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 집무 공간의 이름을 바로잡기 바란다. 다른 나라들은 '대통령궁'으로 높여 부르는데, 대한민국은 ‘대통령실’이라고 스스로 방 하나로 격하시켜 부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자기 조직을 왜곡하여 축소하고 비하하니, 좌파들이 무시하고 탄핵한다고 덤비지 않는가.

김창진

전 초당대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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