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6명 임명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서울행정법원 12부 강재원 판사는 권태선 등 방문진 구 이사 3인이 제기한 방문진 신임이사 임명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방통위는 새로운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의 이날 인용 판결은 신임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를 각오하고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행위가 그 효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판결로 임기 3년이 다 끝난 구 방문진 이사들이 계속 방문진에 남아 있을 수 있게되는 황당한 결과가 초래됐다.  

법조계와 언론계에서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강재원 판사의 판결에 매우 황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직 본안판결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어떠한 법적 판단도 없었으면 행정부인 방통위가 의결한 방문진 이사 선임행위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판사는 절차적 하자기 있는지 없는지 명확히 하지 못했으면서도 새로운 이사의 선임 결의가 무효라고 섣불리 판단했다" 라는 비판이 나온다. 

MBC제3노조는 "강재원 판사는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결과만으로는 방문진 이사 선임 결의가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하였을 뿐 절차적 하자가 ‘있다’ 혹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판결문 앞부분에서는 '새로운 이사 선임 결의가 무효'라고 전제하여 소송의 실익이 있다고 하고, 뒤에서는 '새로운 이사 선임 결의가 무효일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판단한 것이다.

강 판사의 판결은 행정부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 사법부의 원칙을 깨뜨린 비정상적인 판결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인사결정에 대해서만큼은 효력정지 가처분을 자제하는 것이 행정소송법의 대원칙이며 70여년 우리 법률체계가 지켜온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사법부는 행정부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고, 따라서 대부분 직무집행정지만을 할 수 있도록 하여왔는데, 이날 강재원 판사는 적극적으로 행정부 인사에 스스로 관여를 해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임기가 다 끝난 방문진 이사들을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유지시키고, 별다른 하자 없이 선출된 신임 이사의 임명을 막은 강재원 판사의 판결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점에 대해서 MBC제3노조는 "새로운 정부가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 대신 3년전 민주당 정권 때 민주당 6인, 국민의힘 3인 비율로 추천 받은 이사들을 존치해두라고 한 결정은 누가보더라도 정치적인 견해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누가 방문진 이사를 민주당 추천 이사들로 유지시킬 권한을 강재원 판사에게 주었는가? 이런 결정이 강재원 판사가 직접 방문진 이사를 뽑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라고도 했다.  

방통위는 서울행정법원의 이날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고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에 대해 결정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서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무효 소송에 적극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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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영 gold@fntoday.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