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고마츠 나나)는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하는 여고생이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했다. 그런 그녀가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중년의 점장(오오이즈미 요)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매사 친절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안정감도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요소들이 그녀로 하여금 그에게 빠져들게 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라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실토하는데...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커다란 좌절을 겪은 뒤 꿈이 완전히 꺾였던 한 여고생이 자신이 근무하던 패스트푸드점 점장을 좋아하게 되면서 점차 잃었던 꿈을 되찾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키라는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달릴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실력도 출중했다. 학교 육상부의 에이스였다. 그녀가 세운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달리기란 그녀에게 있어 곧 자존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좌절 속으로 빠트리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이다. 재활훈련까지 포기한 그녀가 택한 건 결국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알바였다. 끔찍한 현실로부터 당장 달아나고 싶어 선택한 도피처였다.
점장은 45살의 돌아온 싱글이다. 그의 표현처럼 그맘때의 연령대면 아키라의 또래들이 바라볼 때 쓰레기보다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꼭 알맞은 시기이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청춘들의 삶과는 확연히 달랐다. 덕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따분하고 별 볼일 없는 중년 남성으로 각인된 점장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낼 뿐이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아키라에게 있어 점장을 향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자신의 좋아하는 감정을 결코 숨길 수가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윽했으며, 행동 하나하나는 죄다 그를 의식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점장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저 자신을 쓰레기보다 못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평소의 생각이다.
그랬던 점장이었기에 아키라의 난 데 없는 사랑 고백은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아키라의 공세는 파상적이었다. 난처해하는 점장은 아랑곳없었다. 무작정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아키라 또래의 사랑은 풋풋함으로 대변된다. 반면 점장처럼 중년에 이른 이들의 사랑으로부터는 원숙함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나이의 간극만큼이나 이질적이다. 다행스러운 건 점장은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보다 곁에서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는 대목이다. 아키라는 점장 덕분에 잃었던 꿈을 재차 좇을 수 있게 됐다. 점장 역시 아키라로부터 자극을 받고 일찌감치 손을 놓았던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조용히 꿈꾸게 된다.
비가 내리는 장면이 유독 많다. 특별히 아키라가 점장에게 나타나는 날에는 더욱 그랬다. 덕분에 비에 흠뻑 젖곤 했던 아키라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통과의례다. 너무도 극심한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져 도무지 헤어나기 힘든 경우도 간혹 있다. 쏟아지는 빗물은 아키라에게 던져진 시련이었으며, 이를 맞으며 점장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아키라의 몸짓은 일종의 좌절과 상실에 의해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비가 그치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겉은 사랑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알맹이는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아키라는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한 번 이상 겪게 마련인 상실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점장을 만나 이를 극복하고 적어도 한 뼘 이상 더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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