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 불편하고 괴롭다
금연정책 불편하고 괴롭다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9.01.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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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들어서면서 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전국 5만여 곳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부근 10미터까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서울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시내 모든 전통시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에 있는 모든 전통시장에 금연구역을 추진하는 '서울특별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조례안은 다음달 22일부터 3월8일까지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 기간 중 표결에 부쳐진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총 352개에 달한다.

그런데 비흡연자로서 마땅히 반갑게 다가와야 할 해당 소식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 조치했다. 뿐만 아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음식점 등 실내에서의 전면 금연 조치도 단행됐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를 개정, 실내외 금연구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와중이다. 비흡연자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부의 금연 정책은 확고하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커다란 그림 아래 오로지 금연에만 방점이 찍혀있다. 그러니까 흡연에 대해서는 결코 관대하지 못하다. 이러한 기조는 정책으로도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뒤 실내 대부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모자라 실외 금연구역도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와중이다.

이 과정에서 흡연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일절 없다. 그렇다면 이토록 세심하게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듯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흡연자들은 쾌재라도 불러야 옳지 않을까? 그런데 전적으로 비흡연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것 같아 보이는 이러한 정책이 되레 비흡연자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흡연을 못하게 된 흡연자들, 마땅한 흡연실조차 마련되지 않은 까닭에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특히 이면도로나 골목길 같은 곳은 흡연자들이 즐겨 찾는 공공연한 흡연구역이 된 바람에 이곳을 지나가는 비흡연자들은 곤욕을 치르게 된다. 식당이나 술집 앞은 또 어떤가.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흡연자들로 인해 이곳을 지나쳐야 하는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른바 ‘길빵’이라 불리는, 아예 길을 걸으며 흡연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실내에서 용케 피한 담배연기를 밖으로 나와 다 들이마시는 형국이다.

유치원 어린이집 부근 10미터 앞 그리고 이제는 전통시장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그 많은 흡연자들이 다 어디로 가겠는가? 또 다시 금연구역 경계 부근으로 몰려들어와 너구리굴을 만들 게 뻔하다. 물론 그나마 금연구역이라도 잘 지켜지면 다행일 법하다. 지하철역 입구 10미터 이내는 진작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이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흡연자들의 자유도가 상당한 수준이다.

흡연자들이 한 번 휩쓸고 간 곳은 주변이 초토화되기 일쑤다.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가래침이며, 일회용 커피 용기 등 온갖 쓰레기들을 그냥 바닥에 버리고 가는 바람에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도록 만들기 일쑤다.  

금연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국민 건강 증진 방안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분명 바람직하다. 다만 그 시행 과정이 조금은 염려스럽다. 아니 너무 불편하고 괴롭다. 비흡연자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흡연자에 대한 간접흡연의 횟수와 양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고 주변 환경을 너무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흡연자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똥이 옆으로 튀는 바람에 아이의 한쪽 눈이 실명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길거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대신 흡연자들이 흡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충분히 확보,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측 모두를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대학도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들이 교내 금연 조치를 시행하였으나 풍선효과로 인해 흡연자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결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전면 금연 조치를 철회하고 흡연 가능으로 돌아선 것이다. 융통성 있는 일본의 정책이 마냥 부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비흡연자들이 호소하는 작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흡연자들로 하여금 지금처럼 밖에서 아무렇게나 흡연토록 하여 모두가 불행해지게 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금연에 방점이 찍힌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시행 과정에서 흡연자들의 흡연 공간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주는 것이 곧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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