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대리수술로 재판중인 의사 교양프로그램 건강강좌에 계속 출연시킨 이유는?
MBC·SBS, 대리수술로 재판중인 의사 교양프로그램 건강강좌에 계속 출연시킨 이유는?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4.11.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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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주요 방송사의 건강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는 등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리.유령수술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분통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특히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8건의 대리수술과 152건의 유령수술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C와 SBS 등 주요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치료법을 홍보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고용곤 병원장은 의료기기 회사 직원과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대리하게 하고, 이를 의료기록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리수술에는 봉합, 의료용 드릴 사용, 핀 삽입 등 고도의 의료 행위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일부 수술은 '성명불상자'가 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환자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의료 윤리와 법적 책임의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또 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본인이 집도하지 않았음에도 수술기록지와 마취기록지에 본인을 집도의로 고정한 것이다. 그나마 43건은 병원 소속 다른 의사가 수술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109건은 ‘성명불상자’다. 의사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이들이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을 한 것이다.

통상 범죄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범죄 의혹이 제기되는 당사자의 경우 방송 출연이 중단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곤 병원장은 MBC의 <나를 살리는 1교시>, SBS의 <좋은아침> 등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출연해왔다. 특히 MBC는 대리수술 문제를 다룬 뉴스를 여러 차례 보도했음에도 같은 방송사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고용곤 병원장의 출연을 허용했다.

특히 MBC의 경우 뉴스 보도를 통해서는 대리수술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오면서 자사 교양프로그램에서는 대리수술 등의 범죄 혐의가 매우 짙은 당사자를 여전히 방송에 출연시키고 있다는 점이 의아한 대목이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실제로 MBC는 지난 10월 14일(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46080_36515.html) <의사는 손 놓고 간호조무사가 수술? 종합병원 대리 수술 논란> 뉴스 보도를 통해 김해의 한 종합병원에서 벌어진 간호조무사의 대리수술 실태를 고발했다.

9월 9일에는(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35108_36438.html) <경찰, 인공관절 '무면허 수술' 의혹 이대서울병원 압수수색, 2월 2일에는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568109_36438.html) <“면허만은 제발" 의사들 호소에‥"왜 연봉 많겠나" 판사의 돌직구 등의 기사를 보도하며 대리수술의 문제점과 폐해를 다뤘다.

심지어 5월 31일에는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03813_36438.html) <영업사원 대리수술 혐의 관절전문 병원장 등 재판행 기사를 통해 연세사랑병원 병원장과 의료진,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의 기소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MBC의 아침 프로그램인 ‘나를 살리는 1교시’에 고용곤 병원장은 기소 이전은 물론 기소 이후에도 매주 출연해 건강 정보와 해당 병원에서 주로 시술하는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출연 의료진 중에는 현재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의사도 포함돼 있다.

MBC의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백세인생을 위한 약이 되는 명품특강!” “자타공인 최고의 의학전문가들이 건강 비법 전수!”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정작 시청자들은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하다가 재판을 받고 의사에게서 매주 고정으로 건강 강연을 듣고 있는 것인데, 이는 시청자들에 대한 기망 행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방송사의 공익적 역할과 도덕적 책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BS 또한 고 병원장의 첫 공판 일정을 사전에 전달받았음에도 그의 방송 출연을 지속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경우도 고용곤 병원장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사 아침 교양프로그램인 <SBS 좋은아침>에 꾸준히 출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저널21의 보도(SBS의 위험한 질주... 법정 '대리수술' 공판일 그 시각)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고용곤 병원장의 첫 공판 기일을 앞둔 지난 9월 4일 SBS ‘좋은아침’측에 고용곤 병원장의 기소 사실과 첫 공판 일정 등을 전달했지만 이후 10일에 예정대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

이후 다시 한 번 상황을 SBS 측에 전달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간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문제를 보도해온 KBS도 뉴스 보도와는 달리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대리수술 의혹을 받고 있었던 당시에도 고용곤 병원장의 방송 출연은 계속됐다. KBS 뉴스는 인천과 광주의 대형 척추관절병원에서 벌어진 대리수술,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등을 꾸준히 보도하며 대리수술의 실태를 고발해왔다. 하지만 <KBS 아침마당>에는 고용곤 병원장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기소 전까지도 단골로 출연시켰다. 심지어 뉴스를 통해서도 줄기세포 주사치료를 홍보해 주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방송법상 범죄 혐의자의 출연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으나, 범죄 혐의자가 자신의 병원 및 치료법을 홍보하는 데 방송이 활용될 경우 이는 방송사의 공익성과 시청자 기만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은 방송사의 자율적 결정의 중요성과 더불어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한편,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은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적 의료 행위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윤리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환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료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고용곤 병원장이 다수의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주요 방송사에 꾸준히 출연하며 본인의 병원과 치료법을 홍보했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다. 방송사는 공익성과 도덕적 책임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명확히 제기된 인물을 지속적으로 출연시키는 것은 이러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로, 시청자들에 대한 기만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MBC 등 공영방송은 대리수술 문제를 꾸준히 보도하면서도 동일한 인물을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이는 방송사가 단순한 오락이나 정보 제공을 넘어 사회적 윤리를 지키는 공적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 위험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SBS 역시 기소 사실을 알고도 출연을 지속시켰다는 의혹은 방송사의 내부 검증 시스템과 윤리적 기준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사의 플랫폼이 범죄 의혹자에게 개인적 홍보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방송법상 금지조항이 없더라도 자율적 윤리 기준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공신력 있는 정보를 기대하며,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는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는 방송사의 자율적 결정과 책임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범죄 혐의자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일이 공익성에 반한다면, 이러한 출연을 중단시키는 것이 방송사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또한, 공익성을 해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방송사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리수술과 같은 의료 범죄는 근절되어야 하며, 이를 고발하는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사와 방송사가 공익성과 신뢰성을 저버린다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방송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리적 기준을 재점검하고, 시청자에게 신뢰받는 미디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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