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맞서 침체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1천9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월가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 소속된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이 향후 2년간 최대 10조 위안(약 1천900조원) 규모 경기부양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2년에 걸쳐 10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기금을 동원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7조 위안(약 1천300조원)은 농민공 등에 대한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3조 위안(약 560조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국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1%에서 14%까지 매년 늘려야 한다는 게 싱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중국의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GDP의 3.0%이며 지난해 실제 집행된 재정 적자율은 3.8%에 불과하다.
싱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적자율 증가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없애 향후 몇 년간 중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을 5% 이상 달성하게 하겠지만, 현 정책을 유지한다면 올해와 내년도 실질 경제 성장률은 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중국 담당 후이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약 3조 위안(약 560조원)이 필요하고, 현금이 부족한 지방 정부를 위해 1조 위안(약 190조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어 중국이 사회복지 개혁 등을 통해 국민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려면 약 5조 위안(약 940조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컨설팅업체 가베칼 중국연구소의 크리스 베더 부국장은 "중국이 가계 소비를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3조∼8조 위안(약 560조∼1천5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맥쿼리 중국 담당 래리 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 자금의 합리적인 추정치는 5조∼10조(약 940조∼1천900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BC 아시아 담당 프레드 노이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조 위안(약 940조원)이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경기부양 자금 규모는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4조 위안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보다도 2.5배 큰 규모다.
그만큼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여러 측면에서 매우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은 내수 부진 속에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해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과잉 공급 속에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도 고조되는 가운데 기업 이익 감소가 해고와 급여 삭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질수록 이를 해소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조속히 부양책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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