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출신 홍콩기업인 띄우기 왜…'민간 뒷전' 불만 달래기?
시진핑, 中출신 홍콩기업인 띄우기 왜…'민간 뒷전' 불만 달래기?
  • 김건희 기자
    김건희 기자
  • 승인 2024.08.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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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발전 기여" 닝보방에 시진핑 "中 현대화에 기여해달라"며 '서한 정치'
후시진 SNS 계정 폐쇄에 국유기업만 우대 인식 확산 속 사기업 챙기기 해석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홍콩으로 이주한 닝보 상인 가문 기업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고향사랑'과 '애국심'을 칭찬하면서 중국의 현대화에 기여해달라고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중국 안팎에선 시 주석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지난달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이후 민심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닝보 출신 홍콩 기업가 단체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우선 홍콩 해운계 주요 인사인 파오웨콩의 장녀 파오푸이힝, 기업가 차오광피우의 장남 로널드 차오, 리카차오 전 홍콩 행정장관 등이 연명 형식으로 시 주석에게 보낸 편지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조국과 홍콩 사랑 정신을 계승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남부 저장성의 항구 도시인 닝보는 예로부터 상업이 발달했고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금융·산업자본이 형성돼 중국 최초의 근대적 은행, 증권거래소, 보험회사와 패션 학교, 화장품, 식품 첨가물, 성냥, 비누 등 다양한 전문 공장이 설립된 곳이다.

닝보 출신 상인 네트워크 '닝보방'은 홍콩을 중심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는 조직이다.

시 주석도 2002~2007년 저장성 당 서기를 지내 닝보 상인들에 대해 잘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답신에서 닝보 출신 홍콩 기업인들이 그동안 기업·학교 설립 등으로 국가에 지속해 공헌한 데 감사를 표시하면서 "중국 개혁에 주요 역할을 맡고 현대화에 더 크게 기여해달라"고 주문했다.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개별 기업인에게 편지를 쓴 건 기업의 분권화를 호소한 푸젠성 지도부를 후원할 목적으로 푸젠성 현지 기업인 30명에게 편지를 보낸 후 10년 만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이 같은 '서한 정치'로 흔들리는 민간 부문에 신뢰를 보여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실었다.

사실 시 주석의 이런 제스처는 중국 안팎의 사정을 고려한 여러 함의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1984년 8월 1일 개혁·개방을 위해 닝보방을 동원하자고 촉구한 지 40주년에 맞춰 시 주석이 편지를 띄운 게 눈길을 끈다.

상승세였던 중국 경제가 지난 2분기에 하락세로 반전한 가운데 3중전회 이후 민간 기업 분야에서 심상치 않은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픽]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사실 3중전회 직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4.7%에 불과한 데 대해 중국 지도부는 적지 않게 놀랐다.

작년 3분기 4.9%, 4분기 5.2%와 올해 1분기 5.3%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오다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대표적 민간 경기전망 지표인 차이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 7월 49.8로 집계돼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50 아래로 내려갔다.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이하면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PMI는 기업이 구매관리자들에게 향후 경기전망을 물어 집계한 지표다.

이미 시 주석도 지난달 26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열린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3중전회 이후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 우대 조처를 지속하면서 민간 기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반전의 모멘텀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닝보 출신 홍콩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한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팔로워가 2천500만명에 달하는 중국 환구시보 편집장 출신의 관변 논객 후시진이 근래 소셜미디어(SNS) 계정 폐쇄 조치를 당한 것도 시 주석의 이번 서한 정치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3중전회 폐막 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과 시나웨이보(중국판 엑스)에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은 공유제를 주체로 삼는다는 표현을 없앴는데, 이는 역사적 변화"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 글은 곧 중국 당국이 사기업과 공기업을 동등한 입장에 둔다는 주장으로 해석됐고 반발을 불렀다. 중국 좌파 사이트 홍가회(紅歌會) 등에는 '3중전회를 왜곡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왜 후시진은 헌법과 당장(黨章·공산당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가' 등 비난 글이 잇따랐다.

중국 헌법과 당장에는 모두 공유제가 명시돼 있다.

사실 3중전회 결정 요약문에 늘 포함됐던 "시장이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문구가 빠진 점만 봐도 중국 당국은 공유경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후시진 게시글을 둘러싼 논란으로 중국 내에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버텨온 민간 기업들이 또다시 뒷전으로 밀린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당국으로선 '수습책'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중국 왕이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중국 왕이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당국이 발 빠른 후시진 SNS 계정 폐쇄로 징계 조처를 하고, 시 주석이 닝보 출신 홍콩 기업가들을 상대로 편지를 띄움으로써 민간 기업인을 다독여 투자를 포함한 적극적인 경제활동으로 중국 현대화에 기여해달라는 메시지를 날렸다는 것이다.

사이먼 자오 홍콩 침례대학연합국제학원 교수는 "시 주석의 편지는 홍콩의 경제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홍콩 기업인들에게 중앙 정부가 걱정하고 있는 만큼 자신감을 갖고 투자와 개발을 해달라는 격려"라고 짚었다.

광둥개혁협회의 펑펑 회장은 관영 신화통신에 "시 주석 편지에 덩샤오핑이 언급됐다"며 "이는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시진핑의 결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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