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호는 문재인 시절 공무원직 파면당해
-독극물 <해전사> 만든 한길사부터 각성해야
영화 ‘건국 전쟁’ 관객 100만 명 돌파 소식에 요즘 우린 더없이 고무되어 있다. 문제는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反)대한민국의 기치를 내건 운동권식 현대사의 틀을 몽땅 바꾸지 못한다면, 겨우 일회성 화제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걸 위해 ‘악마의 책’인 <해방전후사의 인식> (전6권, 1979~1989) 시리즈부터 우리 마음속에서 불태워버려야 한다는 게 지난번 글의 요지였다.
당연하다.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을 펴낸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폭정 중 최악은 사상-관념이 지배하는 정치”라고 했지만, 지금의 주사파 강점기가 꼭 그러하지 않던가? 저번에 살펴본대로 저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를 통해 반 대한민국을 목표로 이승만 죽이기와 김구 띄우기, 백낙청-강만길의 분단시대론 그리고 종북의 논리를 차곡차곡 심어왔다.
우리가 알아 온 대한민국이 망가지는데는 그 시리즈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가 ‘악마의 책’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드는 사람은 전 서울대 이영훈 교수, 문체부 공무원 한민호 전 국장, 그리고 평론가 조우석 셋뿐이다. 그게 이 나라 지식사회의 현주소다. 먹물입네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좌익세력의 실체를 모르거나, 입 바른 소릴했다가 불이익받는 걸 두려워한다.
그중 한 전 국장이 받아온 최악의 불이익 사례를 오늘 재확인해볼 참이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망가졌나를 보여주는 섬뜩한 대목이다. 한 전 국장을 아는 이들은 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미친 반일 놀음에 “이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냈던 유일한 고위공무원이다. 그걸로 괘씸죄에 걸려 끝내 파면까지 당했다. 그의 행동은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에 못잖는 용기였음은 물론이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건 2019년 한민호의 파면은 그 3년 반 전인 2016년 페이스북에 썼던 짧은 댓글이 출발이었다는 점이다. 내용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비판이었다. 즉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그리고 <해방전후사의 인식> 는 대한민국 지성사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친 책입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상응하는 책을 내야 하거늘...” 그 두세 줄 댓글이 화근이었다.
백번 맞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좌익놀음에 젖은 출판계부터 발끈했다. 직후 좌파 언론과 민주당 공격이 나서서 한 전 국장을 때렸다. 그렇게 3년을 넘게 시달리다가 그는 끝내 공무원직에서 잘리는 변괴를 당해야 했다. 그만큼 범 좌익세력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무슨 성경처럼, 우상처럼 여긴다. 그 아성에 도전한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며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
스토리는 이렇다. 당시 언론-출판을 담당하는 미디어정책관으로 있던 한 전 국장이 댓글을 썼던 게 2016년 3월이다. 그랬더니 바로 한국출판인회의란 단체의 회장이라는 윤철호가 바로 댓글로 반격을 해왔다. “그 책들은...그 시대적 역할을 충분히 한 훌륭한 책입니다. 출판과 언론 방송 정책을 담당하는 현직 고위공무원이 이렇게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시대, 도둑이 매들 들고 설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랬더니 이튿날 한겨레-경향신문이 한 전 국장을 비난하는 기사를 동시에 실었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힐난이고, 총공세의 신호탄이었다. 정말 어이없다. 좌파가 출판-언론 진지 모두를 장악한 상황이니까 눈치 없이 고개 쳐드는 사람을 표적 살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물론 이런 일에는 굳이 조중동이 나서서 방어하진 않는다. “난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그해 11월 그 일은 끝내 국회로 번졌다. 당시 민주당 의원 박경미가 한 전 국장 발언을 “망발”이라며 당시 조윤선 장관에게 마구마구 따졌다. 끝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한참 뒤인 2018년 초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이란 더 큰 감투를 쓴 윤철호가 한 전 국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간여했다는 별도의 의혹 제기와 함께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검찰 수사로 치면 별건 수사다. 물론 블랙리스트 간여는 완전 사실무근이라서 한 전 국장은 윤철호를 민형사상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무근은 훗날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저들인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포함한 무려 12개 출판 단체가 한민호에 대한 추가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로 대응해왔다.
미쳤다. 온 세상이 좌파 저들의 편이다. 즉 당시 검찰은 한 전 국장의 형사고발을 불기소 처리해버렸다. 이 큰 문화권력 싸움에서 공권력이 출판계-언론-국회 등의 좌파 편을 들어준 꼴이다. 정말 이 나라 검찰도 다 허깨비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치고 거쳐서 한 전 국장은 2019년 10월 당시 민정수석 조국에 의해 끝내 파면을 당해야 했다.
이제야 좀 감 잡히시는가? 저들은 한 전 국장의 문재인 반일 정책에 항의한 괘씸죄를 문제 삼았지만, 그 전에 감히 좌파의 아성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를 건드린 죄값을 묻고 따졌던 것이다. 자, 여기까지다. 물론 우린 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뀐 직후 한 전 국장이 파면에 못지 않는 중징계인 해임처분을 당하고 그 건으로 지금도 송사가 진행 중에 있다.
문화전쟁에 관한 한 아무 것도 모르는 윤석열 정부의 한계를 거듭 보여주는 안타까운 대목이지만, 오늘은 그 얘기가 아니다. 영화 ‘건국 전쟁’이 박살낸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가 왜 악마의 책인가를 다시 묻는 게 이 글의 포인트다. 그래서 한 전 국장의 옛 발언 중 만족스럽지 못했던 대목을 나는 따질 셈이다.
예전 그가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를 펴냈던 걸 반성하는 뜻으로 상응하는 책을 내라는 지적은 많이 미흡했다. 내 판단은 이렇다. 그 책을 펴낸 한길사 측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관련 책을 수거한 뒤 몽땅 불태우는 과정을 거쳐야 옳다. 그게 끝이 되어선 안된다. 그 악마의 책으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토해내는 재산 헌납 과정도 필요하다고 나는 본다.
과격하다고 누군 말하겠지만, 그건 ‘책으로 된 독극물’인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가 남긴 해독의 실체를 모르니까 하는 헛소리다. 그걸 모본(母本)으로 만들어진 동영상 ‘백년전쟁’ 같은 더욱 치명적인 것들을 염두에 두면 더욱 끔찍한 상황이 지금이다. 어쨌거나 한길사가 그런 조치를 하건 말건 그런 건 우리 관심은 아니다. 영화 ‘건국 전쟁’의 흥행과 함께 너절한 것들을 치우는 대한민국 대청소는 이미 시작됐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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