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과 관련해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당시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 특보 자녀 관련 사건도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피해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더퍼블릭의 보도에 따르면 8일 최근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이 특보와 관련해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자녀의 학폭 사건은 '제2의 정순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면서 “실제 이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학폭 사건은 정순신 전 검사 아들 사건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학폭 가해 사건이자 정권 핵심 권력자인 아빠찬스의 끝판왕이라고 한다”라고 주장한 것. 해당 학교는 서울 은평의 하나고등학교다.
강 의원은 이어 “준 협박과 고문을 일삼고, 친구를 종처럼 부하로 삼는 등 극악무도한 학폭의 끝판 왕"이라며 이 특보 아들이 ‘피해학생의 머리를 책상에 300번 부딪히게 했다’,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11년 당시 하나고 피해학생들의 진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앞선 지난 7일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초로 ‘핵관’이라고 불렸던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 이 특보의 자녀가 당시 ‘정순신 사태’와 비교도 안 될 수준의 심각한 ‘학폭’ 이었는데 학교폭력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는 전학 후에 유유히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고 덧붙인 뒤, “이 특보는 MB 정권의 ‘언론탄압’ 선봉장”이라며 “언론탄압 기술자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는 순간 인사 참사로 시작한 윤석열 정권은 그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반전, 피해자 포함된 졸업생 208명 “선생님의 왜곡 슬퍼” 집단 성명...교사 단식투쟁도
이 대표와 강 의원은 하나고 사건을 두고 ‘제2의 정순신’, ‘아빠찬스’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실제 당시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다.
당시 한국경제의 보도를 보면, 2015년 8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나고 교사 A씨가 ‘입시비리’와 이동관 특보의 자녀 학폭사건 은폐를 증언한 것.
학교가 가해학생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특보의 자녀는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행정사무조사에 출석했던 하나고 교장은 “다른 학교와 커리큘럼이 달라 학기 중에 전학을 가면 학사 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 가해학생 측에선 해당 학년만 마치게 해달라고 했지만 피해 학생들을 생각해 학기 중간에 전학 가도록 했다”라고 했다는 것.
당시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 B군도 나서서 “전학을 시키지 말아달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교는 가장 높은 등급의 조치인 ‘전학’ 결정을 내렸다.
또, 9월 초에는 B군을 포함한 졸업생 203명이 A씨를 향해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라고 가르친 선생님께서 최근 왜곡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너무도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폭담당 교사 “신고 아닌 상담”...“A씨가 학생에게 진술서 작성 요구”
더군다나 실제 학폭 담당을 했던 교사는 A씨가 제기한 의혹에 반발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은폐도 특혜도 아니었다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가해 학생으로 연루된 사건이었는데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당시에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공직자도 아니었다. 이미 퇴직한 후였다”라고 밝혔었다.
이어 “당시 피해 학생들은 학년이 바뀌면서 비밀 유지를 전제로 해서 상담을 신청을 했던 것”이라면서 “상담을 해준 교사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가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동료 교사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교사는 학생지도부에 바로 알리지 않고 자체 조사를 시작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 간의 관계가 회복이 됐고, A씨가 자체 조사를 하던 중 피해학생들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진술서는 학생 지도부를 통해서 정식으로 작성되지도 않았고, 방송을 통해 보도된 것도 사본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A씨가 담임을 맡았던 반의 학부모 21명은 연명으로 ‘담임 교체’ 탄원서까지 제출했었다.
文정부 시절 고발 ‘편입 의혹’도 전부 무혐의...A씨 국회 보좌관에 이재명 캠프도 합류
A씨가 의혹을 제기했던 편입 의혹 사건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발했지만, 수사 2년 만인 2021년 무혐의 종결됐다. 검찰은 “당시 편입 전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며 “고발인의 주장대로 평가표 등이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조작됐거나 위·변조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해당 사건은 2015년 서울교육청이 첫 고발을 한데 이어 불기소와 항고, 진정에 이어 재고발까지 수차례 이뤄졌지만, 검찰은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해당 문제를 제기했던 A씨는 이재명 캠프에서도 활동했고, 열린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특보 “아이들 졸업 후에도 연락하고 지내”
한편 이 특보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사실관계를 떠나 제 자식의 고교 재학 중 학폭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쟁을 위한 무책임한 폭로와 가짜뉴스 생산을 멈춰주길 당부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2011년 1학년 당시 상호간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일방적 가해 상황은 아니었다”며 “B가 당시 주변 친구들과 취재기자에게 ‘사실관계가 과장됐고 당시에도 학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은)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라면서 “학폭 피해자였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당사자들이 화해하고 처벌을 불원한 사안으로 9단계 징계 중 경징계 대상”이라며 “그럼에도 ‘시범 케이스’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 같다는 게 복수의 학폭 전문 변호사의 견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을 지냈던 신분으로 선도위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들 “공개말라”...“피해자라 생각해 본 적 없어”
올 상반기에만 학폭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두 번이나 제기됐다. 그런데 이 자체가 2차 가해의 소지가 높다.
정순신 국수본부장 내정자와 관련된 사건 때도 국회 교육위원회가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정 내정자는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그럼에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피해자 상담 일지’ 등을 요구했다.
피해 학생(졸업) 측은 “국회에 제공하지 말아달라”라는 의사를 민사고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인지 청문회는 2차까지만 진행됐다.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정쟁화시켜 사실상 트라우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사용한 것. 또한, 이 특보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강 의원의 피해자 진술서도 당사자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공개했을 가능성이 커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후원하기
- 정기후원
- 일반 후원
- ARS 후원하기 1877-0583
- 무통장입금: 국민은행 917701-01-120396 (주)메이벅스
- 후원금은 CNN, 뉴욕타임즈, AP통신보다 공정하고
영향력있는 미디어가 되는데 소중히 쓰겠습니다.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