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남 기자]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를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를 비롯해 장기로 퍼져 상당기간 남아있다는 국립환경과하원의 연구결과가 지난 8일 발표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40여개 단체는 13일 이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면 재수사와 배·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록구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미 잘 알려진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실험결과가 가습기살균제로 생명과 건강을 빼앗긴다는 사실이 알려진, 햇수로는 약 12년 전이었던 2011년 이미 확인되었어야만 마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동진)은 방사성 추적자(Radioactive tracer)를 활용하여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중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의 체내 분포 특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당일 공개했다.
작년 4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되었다는 이 연구는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 경북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연구진(전종호 교수)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기타공공기관으로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고 있는 재단법인 한국화학연구원 부설기구인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이규홍 단장)이 공동 수행한 것으로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라는 제안요청서는 지난 해 5월 작성되었다. 이는 이 실험이 사실상의 정부연구(용역)임을 뜻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 당시 연구에서 학자적 윤리와 실험원칙 등을 엄격하게 준수했다면,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방사성 추적자 응용기술은 1968년에도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밖에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2011년 수행한 CMIT/MIT 독성실험이 엉터리였다는 것, 따라서 또한 유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과 역시 전혀 믿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면서 우선, 당시 질본은 이미 사망했거나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굳이 외면한 채 시궁창에서도 살 수 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선택했다. 게다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사참위법)에 따라 설치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지난 6월 9일 발표한 주요권고와 조사결과 등에 따르면, 질본은 비강흡입실험이라고 추정되는 1단계를 아예 생략한 채, 기도흡입실험을 뜻하는 2단계에서는 농도를 10분지 1로 희석한 독성물질(CMIT/MIT)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이로 인해 폐질환을 집중적으로 야기하는 PHMG/PGH가 아니라 비염 등 각종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CMIT/MIT를 주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건강과 생명을 빼앗긴 국민은 피해자로 인정받지도 못했다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피해자들과 시민환경단체의 끈질긴 요구로 3차례에 걸쳐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와함께 "아주 작게 주어지는 구제금도 거의 받지 못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피해자들이 하나씩 둘씩 죽음을 맞이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단순한 사망이나 죽음이 아니고 죽임을 당한 것이다. 따라서 또한 질본의 엉터리 실험 역시 단순한 과실이 결코 아니었다. 실험조작, 증거조작 등에 의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오도하고, 적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질질 끌어 더 많은 생명과 건강을 빼앗은 등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집단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앞서 이같은 이유로 인하여 지난 6월 22일 증거위조(교사)죄, 위조증거 사용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미필적 고의) 살인죄 등으로 질본과 김앤장 등을 무더기로 고발한데 이어 다시 지난 8월 31일 조명래, 한정애, 한화진 등 전·현직 환경부장관 등을 추가로 고발한 바 있다.
단체는 "잘 알려진 것처럼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를 주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옥시 등은 (미필적 고의) 살인죄 등이 아니라 비교적 법정 최고형이 가벼운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1991년 PHMG/PGH는 물론 CMIT/MIT 등 원료를 개발해 최초의 신제품을 1994년부터 직접 생산, 팔아먹다가 돌연 직접 생산을 중단하고 애경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CMIT/MIT를 주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를 생산·납품했던 SK 케미컬과 그 판매기업 애경 등은 증거인멸죄 등으로 대표이사 등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 법인 자체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더욱더 기가 막힌 것은 서울지방법원이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에 대해 무죄선고로 면죄부까지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SK 등은 인체에 안전하며, 어린아이 건강에도 좋다는 취지로 지속적이고도 대규모로 세뇌하듯 광고해대면서 소비욕망과 구매충동 등을 부추겼다. 심지어는 광고성 기사도 게재하도록 만들어서 온라인에서는 기사가 최근까지도 남아 있고, 유포되고 있다"면서 "누가 봐도 허위광고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광고성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이들 40여개의 단체는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국가기구인 사참위가 조사, 권고한 대로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까지 포함해 3대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국가 책임을 공식적으로 모두 인정하고 공개 사죄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피해 구제법 전면개정과 배·보상 실시 등을 적극 추진하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적극 뒷받침할 것 ▲서울고법이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으로 항소 중인 SK 등을 즉각 엄벌할 것 ▲서울중앙지검이 공정위가 허위광고죄로 고발한 SK케미컬과 SK디스커버리 및 임직원을 즉각 기소할 것 ▲서울경찰청이 SK 등을 엄정하고 신속하며 철저하게 원점에서 속도감 있게 전면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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