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을 둘러싼 KT 특혜 채용 의혹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김성태 의원 딸의 이름이 공채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합격자 명단에는 없는데 합격이 됐다는 이 기가 막힌 현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채용비리는 사실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해당 정치인만의 일탈도 아니다. 강원랜드 등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2017년엔 금융기관에서도 채용비리가 불거지는 바람에 이를 불식시키겠다며 지난해 10년 만에 은행고시가 부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 내에 해소될 사안이 결코 아닌 것 같다. 그 뿌리가 워낙 깊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각종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매우 불공정한 관행 가운데 하나다. 공공부문과 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이를 파헤치겠다며 국정조사를 관철시킨 정치인이 도리어 자신의 자녀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희극처럼 보이는 이 비극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를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하지만 지금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는 현상들은 이러한 슬로건을 무색케 한다. 얼마 전 숙명여고 사태가 불거지면서 수시와 학종을 없애고 그나마 가장 공정한 정시로 대입을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 바 있다. 특혜 입학은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키고 계층 이동의 기회를 박탈하는 원인 제공이 되게 하는 탓이다. 아예 처음부터 출발선이 달라지게 하는 이러한 반칙 행위는 불평등한 사회의 단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와 비슷한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시족의 증가다. 공공부문이든 사기업이 됐든 영역에 관계없이 기업의 채용 과정과 결과 자체를 믿기 쉽지 않은 수많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층 취업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전국의 수많은 취준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모두가 짐작하고 있는 그대로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7급 시험의 경쟁률은 100대1에 육박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모두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시험 준비에 나서는 건 사회적 낭비라며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아울러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게 한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회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과정은 불공정하다.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반칙 행위를 일삼곤 한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자들에 의해 기회를 빼앗긴 힘없는 보통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고, 좌절감을 호소한다. 대입시험을 정시로 일원화하자는 외침, 취준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시험에 올인하는 현상은 바로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보통사람들의 거친 몸부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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