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가 다음 달 4일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가운데 자본시장은 내주 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한화그룹 등의 지원을 받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시장에선 한화그룹이 계열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등판설 중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방안은 고려아연이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마련한 4천억원을 한화에너지에 빌려주고, 한화에너지는 이 돈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해 대항공개매수에 뛰어드는 시나리오다.
고려아연은 'CP 발행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이 영풍·MBK의 공세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CP 발행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며 시기상 공교롭다. 이 회사가 회사채·CP 발행 등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이전 가격인 50만원대로 회귀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이 같은 거래 구조는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항공개매수가는 MBK·영풍 연합이 내세운 75만원보다 높아야 하는데, 80만원을 제시한다고 가정하면 공개매수 종료 이후 주가는 3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수로 따지면 평가손실만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곧 주가가 30% 하락할 주식을 사려면 그걸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경영권 인수 등 이유가 없다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여서 한화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주주가 동의하더라도 이 같은 거래가 한화에너지 회사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훼손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김규식 변호사는 "100% 주주가 동의하면 주주가치와 회사가치 간 충돌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 하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고 고려아연은 아예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화그룹이 실질적으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엔 순환출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를 금지한다. 한화그룹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교환으로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7.25%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화임팩트 등 한화 계열사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될 경우 순환출자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 관계자는 "언급되는 내용들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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