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글쓰기 칼럼] ‘글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새·물고기·개미’로 완성하는 글쓰기
[조재옥 글쓰기 칼럼] ‘글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새·물고기·개미’로 완성하는 글쓰기
  • 조재옥 칼럼니스트
    조재옥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1.16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 그림에서 세부 디테일까지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의 핵심
글은 넓게 보고, 촘촘히 살피며 독자의 마음을 읽는 데서 완성된다

생각을 꺼내서 정리하고 싶을 때 글처럼 직관적인 게 있을까? 미로 속에 갇힌 것 같다가도 글로 정리하는 순간 해결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해를 맞이해 필사를 시작으로 글쓰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100명 가까운 분들이 들어와 문장을 필사한 지 10일이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문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치로 새로운 감성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필사 챌린지 다음으로 문장을 직접 써 보는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글을 봐 주다 보면 꽤 많은 의뢰인이 멋지고 화려한 기교가 들어간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물론 장르에 따라서는 그런 문장이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교정교열사로서 다양한 글을 만나다 보면 반드시 기교가 들어간 문장이 멋지다고만은 할 수 없다. 주목을 끌 수 있는 요소는 되지만 결국 핵심은 ‘메시지’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문장 자체는 힘을 가질 수 없다. 즉, 필자의 기준에서 좋은 글이란 단순히 화려하고 멋진 문장이 아니라, 독자에게 쉽게 다가와 울림을 주면서 기억하고 싶은 글이다.

최근 한 특강에서 ‘글을 잘 보는 눈’이라는 주제로 ‘새의 눈, 물고기의 눈, 개미의 눈’을 언급했다. 만다라차트에 사용되는 이 개념은 글쓰기에도 충분히 적용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는 작가의 책을 보면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거나 자신만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지 않다. 깊게 공감이 가고 편안하게 읽힌다. 우리는 그런 글에 감동 받고 팬이 된다. 이와 같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글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잘 봐야 잘 쓴다. ‘새의 눈’, ‘물고기의 눈’, ‘개미의 눈’으로 글을 보면 어떤 차이가 생길까? 이제 이 세 가지 시각이 글을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새의 눈’이다.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전체 풍경을 내려다본다. 글에서도 이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전에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흐름을 조망할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계단에 오를 수 있다.

이때 글이 시작에서 끝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게 좋다. 전체적인 그림을 잡아야 글이 일관된 방향으로 독자에게 명확하게 꽂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제목과 도입, 본론, 결론이 어떻게 연결될지를 먼저 구상해야 보고서가 길을 잃지 않는다. 의도를 파악하고 방향을 설정해 길을 찾아내는 보고서를 상사도 좋아한다. 이렇게 새처럼 높이 올라 큰 그림을 바라보는 연습은 글의 방향을 잡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글은 큰 그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물고기의 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고기는 수평으로 320도, 수직으로 100도에 가까운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글에서도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서로의 연관성을 봐야 한다. 친구와 대화를 떠올려 보자.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오늘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승객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하시더라.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 종일 일이 잘 풀렸어. 어떤 일이 잘 풀렸느냐면…”

대화가 맥락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문맥 간의 흐름을 놓치면 글은 사공이 많은 배처럼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 목적지는 바로 독자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기사님의 친절이 하루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쓰다가 주제와 관계없는 학생 식당 점심 메뉴와 같은 내용이 중간에 들어간다면 글의 완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주제를 지탱하는 세부 내용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글은 단단해진다. 아까워도 주제에 안 맞으면 지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고기의 눈’처럼 자연스러운 흐름과 주제와의 긴밀한 연결 고리를 동시에 신경 쓴다면 독자는 끝까지 글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미의 눈’은 작은 디테일에 초점을 맞춘 눈이다. 개미는 가까운 곳에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글에서도 세부적인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다. 단어 선택, 문장 구성, 맞춤법, 띄어쓰기 같은 작은 부분들이 모여 글의 신뢰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논문에서 반복되는 오탈자나 문법 오류는 연구원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하고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 그러니 개미처럼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글의 작은 부분들을 꼼꼼히 살피는 태도는 좋은 글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이자 정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어디서든지 기본이 중요하다.

결국 글을 제대로 보는 눈은 이 세 가지 시각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새의 눈’으로 큰 주제를 잡고, ‘물고기의 눈’으로 연결된 맥락을 살피며, ‘개미의 눈’으로 작은 디테일까지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글은 독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안정감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조재옥 칼럼니스트
조재옥 칼럼니스트 jjaeok@gmail.com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