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대신 위축된 모습, 국정운영에 큰 장애
-정권 호위 위해 총선 때 친위세력만 챙기면 폭망
궁금한 게 있다. 왜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뭇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까? 지난 여름만해도 그는 반국가세력 척결을 반복해 공언했었다. 일부는 한국판 스트롱맨의 등장을 예견했을 정도로 박력 넘쳤다. 요즘의 그는 당시의 넘치던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놀랍게도 얼어붙었다는 느낌마저 준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다.
자신이 지명한 후보(김태우)를 꽂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예측이 무참히 깨졌다. 직후 “국민은 언제가 옳다”는 발언과 함께 바짝 엎드려있으려던 찰라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 패배라는 망신살이었다. 대통령의 정치력이 부족하고, 정보력을 포함한 국정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면서 그는 현저하게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이참에 밝히자. 이 나라 평론가로서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내다보는 게 있다. 지금 당장 윤 대통령을 사로 잡고 있는 건 탄핵 공포증이다. “이러다가 임기 다 못 채우고 조기 탄핵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그와,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큰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이 나라 앞날에 결정적이라고 믿는 자유우파에겐 당혹스러운 상황이 바로 지금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공포증이 얼마나 큰가를 암시해주는 묘한 사건이 지난해 가을에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대법원에 보석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불허(不許) 의견을 낸 것이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이 검찰 자체의 판단만으로 그렇게 판단했을까? 그럴 리 없다. 대통령 내외의 의중을 적절히 감안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래서 궁금하다. 엔간하면 최 씨의 나이나 대통령의 친인척인 점 등을 고려해서 보석을 허가하는 것이 맞을텐데 검찰과 대통령실은 왜 거꾸로 했을까? 그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었다. 나쁘게 표현하면 자기들만 살겠다고 대통령의 장모, 영부인의 어머니를 차가운 구치소에 등 떠민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지금이다. 이런 요인 등이 다가온 4월 총선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그게 관건이다. 우리가 원하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이 아니고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윤 대통령이‘내 식구’,‘술을 함께 먹었던 검사 출신들’만을 지역구에 내리꽂을 경우인데, 그러면 정말로 큰일이다. 그게 총선 승리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150석을 넘어 다수당에 등극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결정적일 때 자기를 호위해줄 충성 세력 120석 확보에 더 집착할 수도 있다고 혹독하게 지적한다. 따라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민경선 등에 결코 윤 대통령과 국힘당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그들은 한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자만 그런 윤석열 친위세력만이 야당의 탄핵 시도 때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고, 배신을 때리지 않을 것이란 희망은 그저 대통령만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막상 일이 닥쳤을 때는 삽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걸 우린 7년 전 박근혜 시절에 익히 보아왔다. 정말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국힘당이 무기력한 기득권 정당에 불과해서 자유민주주의란 깃발을 들 자격이 과연 있는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 때 저들을 대폭 물갈이하고 새롭게 보강해주는 참신하고 젊은 세력을 끌어들이는 게 필요한데, 탄핵 공포증에 사로 잡힌 윤 대통령의 눈에 그런 넓은 시야 혹은 정치력 발휘가 가능할까?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용산에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얼마 전 대통령실을 개편했지만 유능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꽉 찬 사람은 드물거나 숫제 없어 보인다.
당장 민정수석실이나, 교문수석실을 부활하지 않는 시스템의 부재도 눈에 띈다. 지금 윤 대통령이 눈에 띄는 탄핵공포증으로 심신쇠약이거나 거기에 준하는 상황인데, 막상 기댈 사람이나 그걸 보완해줄 시스템이 없다는 얘기는 우릴 거듭 우울하게 한다. 죄송하다. 파이낸스투데이에 싣는 첫 칼럼으로 너무 무거운 얘길 전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칼럼 하나 혹은 평론 한 꼭지가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걸 대응하기 위한 뾰족한 매뉴얼 같은 것도 세상 어디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와, 그 전에 탄핵 공포증에서 벗어나는 일 등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하나하나씩 짚어보고 비전을 제시할 생각이다. 기대 바란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KBS 이사회 이사
중앙일보 미디어기획실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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