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기자]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경제·보건 복합위기를 맞아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국가의 부채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증한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빚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전례 없는 초저금리 속에서 가계 역시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산을 불리기 위해 빚을 늘렸다.
빚으로 지탱하는 경제가 건전할 리 없다. 가계는 빚을 갚으려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정부는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손발이 묶이게 된다.'
◇ 가계·기업·국가 부채 트리플 1천조원 임박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천억원으로 1년 새 100조5천억원이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이전 2년간 한해 60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주택담보대출이 68조3천억원, 주로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이 32조4천억원 불어났다. 서울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폭등과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기업 부채 역시 작년 12월 말 현재 대출 잔액이 976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7조4천억원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 연간 증가액이 40조원대였던 데 비해 엄청나게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87조9천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개인사업자대출이었다. 대기업 대출은 19조5천억원 늘었다. 대기업은 만약에 대비한 실탄으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빚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민생·기업 구제를 위한 재정 투입을 국채에 의존하면서 정부 부채도 급증했다. 작년에 4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 채무는 846조9천억원까지 늘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천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전년보다 8.9%(45조7천억원) 증가한 558조원을 편성했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 정부는 93조2천억원의 빚(국채)을 내야 한다. 따라서 국가부채는 연말에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작년처럼 몇 차례 추경을 하게 되면 순식간에 국가부채가 1천조원을 넘을 수 있다.'
◇ 빚투 경제 지속 불가능…"출구전략 마련해야"
경제주체들이 빚에 의존하다 보니 부채비율은 확 올라갔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에서 작년 43.9%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엔 47.3%로 높아진다. 국가채무비율 50%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101.1%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고 기업 부채비율 역시 110.1%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소득 가운데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71.3%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일본(65%)과 유로존(60%)은 물론 미국(81%)을 훌쩍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부채는 걱정스러울 정도가 아니나 가계 부채는 과도하게 팽창한 만큼 금융당국이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워 출구전략을 실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부채 역시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재정 규율을 세워 지출 관리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LG경제연구원 송준 박사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부채가 크게 늘었고, 글로벌 자산시장이 고평가돼 있어 기저효과에 따른 경기 반등이 마무리되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가계부채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 상승 때 문제가 될 수 있고, 소비를 억제해 장기 저성장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국가부채와 관련 "절대 수준이 높지는 않으나 저출산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하면 재정 소요 증가로 부채비율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미래대비나 국가신용등급 관리 등을 위해 재정규율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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