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로 13분 거리, 쿠팡 시간은 10분"…위험 내몰린 라이더들
"내비로 13분 거리, 쿠팡 시간은 10분"…위험 내몰린 라이더들
  • 김태호
    김태호
  • 승인 2020.06.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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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빠듯한 배달시간에 신호위반 감수…법규 위반 소지"

"홍은동에서 충정로역 근처까지 가는데 10분을 줍니다. 내비(내비게이션에 뜨는 예상 이동 시간)로는 13분인데…. 왜 이리 배달 시간을 줄인 걸까요."
쿠팡의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라이더로 일하는 A 씨는 지난 4월 라이더들의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이츠의 과도한 배달 시간 제한으로 A 씨와 같은 라이더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쿠팡이츠 라이더가 주문을 받으면 배달에 걸리는 '예상 시간'이 업무용 앱에 뜬다. 이 시간 내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A 씨와 같이 업무용 앱에 뜨는 예상 시간이 내비게이션에 뜨는 예상 이동 시간보다 짧다고 호소하는 라이더들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이츠가 책정한 빠듯한 배달 시간을 지키려면 교통 신호 위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쿠팡이츠는 라이더의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배달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배달을 주문한 고객의 앱에도 라이더의 도착 예상 시각이 뜨는데 이보다 늦으면 고객 평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점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라이더는 일감이 끊긴다.

이는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배달 시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가 라이더와 맺은 계약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라이더 본인과 타인의 피해를 라이더의 책임으로 명시해놓은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라이더를 산재보험에도 가입시키지 않고 있다며 "사고가 나면 라이더의 치료와 요양 비용이 온전히 본인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발생한 쿠팡 배송 기사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와 쿠팡 물류센터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도 노동자 안전보건을 경시한 결과라며 "2만명이 넘는 쿠팡 라이더들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보건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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