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재산분할과 관련한 각서 등의 문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각서가 실제 이혼을 할 때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각서에 서명을 하거나 인감도장을 찍었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최근, 부산가정법원에서 부부가 재산분할과 관련한 각서를 작성하고 서명하였으나, 후에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제기되어 이전에 작성하였던 각서의 효력이 쟁점이 된 사례가 있다.
이들 부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남편의 외도, 아내의 채무 등으로 갈등이 있었다. 남편은 1999년 11월 아내와 자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정에 돌아와 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살기 싫다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각서를 딸에게 작성하도록 하여 서명하였다. 아내 역시 결혼하지 않은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법적으로 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면서 각서에 서명하였다. 각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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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재산권은 엄마에게 이전함, 생활비 및 집에 대한 모든 비용은 엄마가 부담함, 집이 판매됐을 때는 반드시 아빠에게 판매된 경위를 보고할 것 등...’
남편은 각서의 내용에 따라 2000년 7월 아내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편, 남편은 이러한 각서를 작성하기 이전부터 다른 여성과 동거하고 있었으며, 그 여성과 함께하고자 아내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이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구체적인 재산분할약정이 성립하였기에, 남편은 아내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유는 재산분할의 약정은 협의상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거나 당사자 일방의 이혼청구의 소에 의해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그 재산분할의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소송결과, 부부는 이혼하고 남편은 10%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었다.
각서가 효력이 있으려면 재판상 이혼이 아닌 협의 이혼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만, 위 사례에서 법원이 재판상 이혼에 각서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인정된 재산분할의 비율을 살펴보면, 각서의 작성경위나 내용 등을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하는 데에 참고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재산분할에 관한 각서가 재판상 이혼에 처분문서로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참작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재산분할과 관련한 각서 작성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안심법률사무소 조민근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라며 “재산분할과 관련한 각서나 약정 등을 작성하였고, 그것이 추후 소송에서 문제가 될 때에는 그 효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전문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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