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제자, (고)종수야! 늘 자식같이 여긴 너를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떠나보내게 돼 너무도 가슴이 아프단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더욱 속상하고. (대전 시티즌의 고종수는 5일 축구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어제 밤(5일) 늦은 시간, 갑자기 네게서 걸려온 전화에 무슨 일인지 대충 직감할 수 있었단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선생님, 이젠 축구를 그만두고 새 길을 찾아 볼래요”란 말에 어찌나 막막하던지. 느직이 잠자리에 들었지만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 일찍 일어났단다. 넌 항상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때론 회초리를 들기도 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워낙 사랑했고 믿었기 때문에, 그래서 잠시나마 방황했던 네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그랬다. 서운했어도 이젠 이해해 주렴.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때가 떠오르는구나. 너와 함께 수원 삼성에서 98년, 99년 K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영광의 순간이…. 96년 금호고를 졸업하고, 수원에 막 들어왔을 때, 네 발재간이 마음에 들었다. ‘아, 좋은 물건 하나 건졌구나’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고. 남들이 그렇게 ‘사고뭉치’라며 손가락질 했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작년 중순 네가 왼쪽 무릎을 다쳤을 때, 틀림없이 재기할 수 있다고 믿었단다. 헌데 일본에서 진료 받고 수술받길 원한 너와 ‘절차상문제’로 제동을 건 구단과의 갈등을 지켜보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할 말이 많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두련다’는 네 말도 이에 따른 서운함이겠지. 지탄만 가한 주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을 테고. 네가 뭘 하든 행복하길 바란다. ‘축구 선수’ 고종수를 이젠 볼 수 없지만 ‘사회인’ 고종수로 제2의 인생을 살며 성공하길 기원한다.
-통영에서
고 종 수
1996년 수원입단 & 데뷔
~ 2009.02 현역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