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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한다...이게 허구인 이유가 있죠
 大macho
 2010-10-23 03:38:58  |   조회: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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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진정 좋아하다보면 야구에 투자할 시간과 여유 자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런데 야구에 빠져들면 모든 시간과 관심을 야구에만 쏟을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야구는 매일 하고 한 경기당 5시간 가까이 들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일하고 남는 시간을 야구 외에 다른 데 쓸 여유가 없습니다. 야구에 빠져들면 다른 종목에는 관심이 끊어지게 되어 있다는 거죠.

축구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되자면 야구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시간이 듭니다. 한국에서 축구는 내셔널리즘을 기반으로 성장했죠.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공통적인 속성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라면 각급 국가대표축구경기에 대한 관심에서 축구에 대해 눈을 뜨게 되어 있어요. 간혹 유럽축구에 심취했다는 이가 있지만 그들과 대화해보면 축구에 대한 이해가 별로입니다. 그냥 유럽의 생활문화 유럽 출신 축구선수들에 관심이 있다보니 유럽축구를 보게 되는 거죠.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그에 바탕한 이해가 없이 유럽축구부터 관심을 갖게 되면 인종차별주의자,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게 쪽팔리는 코스로 빗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축구에 관심을 갖는 축구팬이 된다는 것은 한국축구의 발전을 기원하고 한국적 환경과 한국인의 체격조건으로 세계수준에 근접하는 축구가 이 땅에서 실현되도록 지원하고 밀어주는 자세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팬이라는 건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관심이란 사랑으로 연결되어야지, 관심을 가장한 가학으로 진화하는 것은 축구 발전을 원하는 자세와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기운이 암종으로 커져가는 겁니다. 그런 이들은 이성적임을 가장해도 내면이 처참하게 파괴된 인물일 수 밖에 없어요.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 국가대표축구 프로축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 축구부의 경기, 자신이 직접 뛰는 동네축구 클럽의 경기까지 다 좋아하고 즐기며 관심으로 사랑하게 되어있습니다. 한국 선수가 뛰는 유럽축구도 간간히 보면서 축구문화의 본산에도 관심이 이어지게 되어 있죠. 사랑의 본질이 관심인 거 다 아시죠? 그런데 그 관심이란 발전지향적이면서도 가학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를 때 진정성이 입증되는 겁니다.

엊그제 아버지만 없으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 집에다 불을 질렀다는 어느 중학생의 어처구니 없는 말이 뉴스거리가 되었는데,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하는 이는 가학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공부보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자식은 그 자신의 선택으로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 그까짓 것에 왜 그리 빠져드냐 하라는 공부나 할 것이지하고 수시로 싸다구 올리는 것보다는 더 빠른 길입니다. 자식의 그릇과 품성이 그것 밖에 안 된다면 일찌감치 현실적이 되는 것이 피차 덜 피곤합니다. 그리고 자식이 진정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아버지로서 책임있게 밀어주어야겠죠. 물론 자식의 인생을 아버지가 다 책임지는 것은 아니고 자식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행히 한국은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자질과 풍토가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인의 축구에 대한 자질은 아시아에서도 최상위권이고 유럽의 중위권에 비해도 그리 꿇리지 않습니다. 좁은 국토는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짧고 팬들 또한 축구 구경가기가  덜 피곤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좀더 노력하고 투자하면 한국에서도 완성도 있는 축구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거죠. 그러기에 축구 발전에 대한 꿈과 소망이 한국에서 가능한 것이고 축구팬으로 산다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하루 종일 스포츠에 탐닉할 수는 없죠.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고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과 돈을 스포츠와 여가에 쓰게 되는데, 어떻게 야구도 좋아하고 축구에도 심취할 수 있다는 건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야구에 빠진 주변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서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축구는 축구의 논리와 시각으로 보아야지, 야구의 시각과 논리로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야구에 빠지면 축구는 시덥잖게 보이고 경멸의 눈으로 보게 되어있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의 입에서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학벌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는 과거 한국의 명문고에서는 야구를 하고 농고 공고 등 서민 자제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축구를 했다는 것이 축구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미지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축구에 대한 측은지심까지 갖게 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파투 회원들이 경악해마지 않는 한국의 친야구 언론인맥의 기원을 추적하면 반드시 닿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그게 바로 1960~70년대의 고교야구붐이라는 거죠. 서울과 지방의 세칭 명문고들이 교세를 과시하기 위해 각 신문사의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야구팀을 만들었는데 그 학교 나온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한국사회의 힘 있는 위치를 점유하게 된 것이 저 강고한 야구인맥이 형성된 근원입니다. 야구인들은 이런 유리한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프로야구를 키운 것인데, 그런 여건도 시대가 달라져서 과거의 패러다임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변함없는 자세로 관심을 갖는 것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길인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 가장 비참한 지경이라면 자신을 속이고 자신으로부터 배신당하는 것이거든요. 남에게 속고 사기당하는 것은 보복과 복수가 가능하지만, 자신에게 배신을 당하면 내부로부터의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축구 경기를 보다보면 질 때도 있고 부진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잠시 쉬어가면서 자신이 즐기는 또 다른 여가의 분야, 그게 예술이건 취미생활이건 내면을 가꾸고 풍족하게 하는 분야로 눈을 돌리면 됩니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는 잠시 피하는 게 현명한 것이지 열폭한다고 좋을 거 없는 거죠. 그런데 야구로 시선과 관심이 돌아가면 그 때부터는 축구에 신경 끊어지게 된다는 것이 내가 스포츠에 관심을 두게 된 이래 내린 결론입니다. 야구만큼 관중의 모든 걸 독점하려는 매체가 어디 따로 있을까요? 축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 공존이 가능하지만 야구는 독점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는 종목입니다. 하루에 시청이 가능한 5시간을 매일 중계로 독점하는 스포츠가 야구말고 또 있던가요? 야구장에서 다른 운동하는 것 보았습니까?   

난 야구 자체에 흥미가 없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축구도 좋아해 달라고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다고 그들이 축구를 좋아할 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인 야구팬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자...그 논리는 그럴 듯하지만 축구의 참맛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 유행 따라 사는 사람들도 따라오는 법이지 야구에 푹 빠진 이들을 축구팬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처럼 불가능한 꿈도 따로 없다고 봅니다. 축구는 야구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결론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사람을 보면 표부터 생각하는 정치꾼들, 체육복권 파는 이들이나 스포츠 기고로 먹고사는 이라면 모를까, 보통사람들에게는 가당치 않은 게 축구도 즐기고 야구도 사랑하자는 구호라고 봅니다.

2010-10-23 03: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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