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AFC U-19/2016 바레인전을 본 소감.
조영욱은 정말 좋은 선수다. 우수한 전신지구력, 근성과 멘탈이 훌륭하고 체격도 빠지지 않는다. 180cm 정도로 보이는데 가슴이 두껍고 중심이 낮아 볼에 대한 반응이 빠를 수밖에 없는 피지컬이다. 1999년 2월생이니 이제 만 17살, 동료들보다 2살 어린 선수가 U-19 본선대회에서 주전을 꿰찬 사례는 내 기억으로 김판근 하나뿐이다. 백지훈도 주전은 아니었다.
이승우도 바르셀로나에서 비교적 순탄한 성장의 길을 걷고있다. 1998.1 생이니 꽉 찬 만 18세다. 내년 1월이면 만 19세가 되는 이승우는 170cm 정도의 키가 더 클 것 같지는 않다. 작은 체구는 튕겨나가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기술로 승부하는 리그가 아니고서야 피지컬이 급에 오르지 못하면 스페인 말고 다른 리그에 적응하기 어렵다. 메씨 이네스타 싸비가 EPL에서 뛰지 못하는 이유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승우가 AFC U-19에 나선다면? 상대팀 수비수들은 일단 이승우 밀어내기 작전으로 돌입할 것이다. 볼을 갖고 처리할 시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전술이다. 아시아에서는 그런 작전이 꽤 먹힌다. 판정의 수준이 다르니까.
이승우와 조영욱의 공통점은 침투형이라는 것이다. 둘 다 공간을 찢는 데 능하다. 다른 점은 역시 기술의 클래스다. 조영욱은 이승우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축구는 기술로만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기술 하나로 경기력을 측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조영욱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 개발의 여지가 더욱 많은 선수지만 이승우는 이제 완성형에 도달했다는 게 차이다. 빅리그에서는 18살에 프로 데뷔하는 게 상식이고, 될성부른 재목은 그 나이에 1군에 진입한다. 이승우는 아직 그 단계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아마도 2017 FIFA U-20 World cup/Korea에서 대표팀 저지를 입고 나타날 것이다. 팬들로서는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이승우를 데려다 합숙훈련 시킬 수 없다는 게 안익수 감독 이하 U-20팀 스태프의 고민일 것이다. 현 U-20은 대표A팀과 달리 내년 대회를 앞두고 합숙훈련이 가능하다. 현재 바레인에서 벌어지고있는 대회에 나온 선수들은 다들 한국에서 뛴다.(백승호 제외) 프로선수보다는 대학팀 고교팀에서 뽑혀 온 선수들이고 작년 FIFA U-17 월드컵에 출전했던 유망주들까지 잠재군으로 포함되어도 사정은 별로 달라질 것 없다. 슈틸리케와 다른 안익수만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