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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북한대표팀 감독의 주임무는 2017 FIFA U-20 월드컵 본선진출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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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13 17:32:14  |   조회: 2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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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욘 안데레슨이 부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데르슨은 노르웨이 출신이며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독일 국적을 취득해 독일 축구계 소식에 관한 한 한국의 어떤 축구인보다 밝은 슈틸리케도 그의 동정을 잘 듣고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도를 보면 여간해서는 외국인을 감독으로 선임하지 않는 북한에서 유럽인들 초빙한 이유 중 하나로 북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안데르슨이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그를 데려온 이유를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축구는 2014년이 황금기였고 그 여파는 2015년까지 이어졌으나 2016년 들어오자 급속히 몰락했다. 2014년 북한의 남녀 각급대표팀은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았다. 남자 U-16팀은 AFC 대회에서 우승, U-19팀은 준우승했는데 U-16팀의 결승전 상대팀은 대한민국이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축구대표팀은 남녀 공히 결승전에 올라 여자팀이 우승, 남자팀은 준우승하였다. 적지인 남한에서 거둔 쾌거로 북한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체육영웅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2015년에도 북한 여자 U-16팀은 AFC U-16챔피언십에서 우승, 여자 U-19팀은 AFC U-19 준우승을 거두었고 중국 우한에서 열린 EAFF 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이 한국 일본 중국을 연파하고 3전 전승으로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공고히 하였다. 남자 U-17팀도 칠레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 아다시피 북한이 한국 일본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유별나다. 이 3국은 가히 원한과 증오의 대상이기에 이들 대표팀과의 경기는 다른 A매치와 차별되는 중요성을 갖고있어 노동당 내에 체육지도위원회라는 조직까지 설치해 대표팀 지원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최룡해가 책임비서를 맡고있다고 알려져 있는 체육지도위원회는 스포츠를 주민들에게 당의 업적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고있다. 북한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강력한 선전선동의 정치적 도구인 것이다. 북한의 통치 시스템에서 당은 국가조직의 최상부에서 작동하며 체육지도위원회는 당 기구 중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이런지라 북한 축구를 이끌어온 김창복(남자대표팀 감독), 윤정수(남자 U-23 감독), 김광민(여자 대표팀 및 U-23팀 감독) 연광무(남자 U-17 감독) 등은 당의 각별한 관리 하에 지도력을 연마한, 종래의 북한 축구의 떠받치는 기둥들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최강희 최용수 신태용 최진철 윤덕여 등 토종 지도자들이 있다면 북한에도 그들에 대응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세등등하던 북한 축구는 2016년이 되자 국제대회 본선진출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급속히 추락한다. 1월 카타르에서 벌어진 2016 올림픽 아시아최종예선에서 윤정수가 감독으로 있던 북한 U-23팀은 조예선에서 2무1패의 성적으로 간신히 8강에 올랐지만 8강전에서 카타르에 1-2로 패하면서 2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2월에는 김광민이 지도하는 북한 여자대표팀이 오사카에서 열린 2016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자타공인 아시아 무적 북한 여자축구는 베트남에게만 1승을 거두었을 뿐, 한국에 골득실차로 뒤져 참가 6개팀 중 최종성적 5위에 그쳤다. 가히 청천벽력의 결과였다. 또 3월29일에는 김창복이 지도하는 북한 대표팀이 필리핀 원정에서 2-3으로 역전패하면서 중국에 밀려 2018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진출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패전은 지난 5.8에 폐막된 노동당 전국대회에서도 비판 대상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개편된 당 조직에 체육지도위원회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현재 재건을 위해 모색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스포츠고 축구는 여전히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기에 체육지도위원회가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 재건의 첫작업이 이번에 선임된 안데르센인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책임을 지고 기존의 북한 축구지도자들도 물갈이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안데르센이 북한 성인축구의 큰 틀을 책임지면서 지도자들의 재교육에도 관여하지 않겠는가 싶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당면과제는 2019 아시안컵 3차예선 통과다. AFC는 2018 월드컵지역예선과 2019 아시안컵 2차예선을 통합해 지난 3.29에 12개팀을 월드컵 최종예선에 올려놓았고, 이 12개팀은 2019 아시안컵 본선에 직행하며 나머지 12개팀을 2016.9부터 진행하는 3차예선을 통해 뽑는 것으로 되어있다. 북한은 3차예선에 직행하는 16개팀에 들어있기 때문에 당분간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없다. 3차예선은 16개팀에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오는 8개팀을 합쳐 24개팀을 4개조로 편성하여 팀당 10경기씩 소화하고 조 1~3위에 본선행 티켓을 주는 것으로 대강 알려져 있으며 일단 플레이오프 단계를 마쳐야 조편성이 시행될 것이다. 북한 축구의 전력으로 볼 때 본선행 12개팀 안에 들어가는 것은 월드컵 지역예선에 비해 수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노동당에서 주목할 대회는 2017.5 한국에서 개최하는 FIFA U-20 월드컵이 아니겠나 싶다.

2017 FIFA U-20 월드컵에 AFC는 5장의 티켓을 배정받았다. 그 지역예선을 겸한 대회가 금년 10월 바레인에서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이다. 안익수가 지도하는 한국 U-19팀도 이 대회에 참가하는데, 한국이 4강 안에 들 경우 8강에 오른 팀들 중 4강 진출에 실패한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벌여 나머지 1장을 가져가고,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플레이오프는 취소되고 4강 진출팀과 한국팀이 2017 U-20 월드컵 본선대회에 진출하게 되어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FIFA 대회이니만큼 북한이 욕심내지 않을 리가 없다. 시차나 기후 걱정 없고 주최측이 북한팀이라는 이유로 홀대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조예선을 통과하고 한국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추락했던 노동당의 체면을 만회하면서 북한의 2018 아시안게임(자카르타) 2020 올림픽(도쿄)에 나설 대표팀도 신예들로 물갈이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2017년까지 1년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욘 안데르센의 주임무는 일단 대표팀의 2019 아시안컵 본선진출 준비와 2017 FIFA U-20 월드컵에 나설 북한 축구의 영건들을 조련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 U-19팀은 작년 중국 장쑤성 화이안에서 개최된 2016 본선을 위한 지역예선에서 중국에게 0-3으로 대패했지만 말레이시아와 마카오를 제압하고 본선진출 티켓을 따냈다. 2014년에 비하면 좋지 않은 성적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국제축구학교까지 세워서 축구꿈나무를 육성한다는 그 비젼에 비해 지금 침체기에 와 있는 게 북한 청소년팀의 현실이다. 이런 위기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에다 유럽의 군소클럽에서 영건들을 조련하는 데 경력을 쌓은 욘 안데르센을 영입하여 정면돌파해보겠다는 것이, 김정은과 노동당의 복안이 아니겠나 싶다.  

 

 

2016-05-13 17: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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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2016-05-15 07:32:00
고난의 행군을 1994~1999로 보면, 이 시기에 유아기와 소년기를 겪은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가 2012 런던올림픽(1989년생) 2014 월드컵 2016 리우올림픽(1993년생) 2018 러시아월드컵이죠. 국제 경쟁이 남자축구에 비해 높지않은 여자축구는 소수정예 육성이 가능하지만 남자축구는 저변이 부실하면 성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 남자축구의 저변은 축구선수들의 어린 시절 영양 공급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죠. 그것이 최근 올림픽 월드컵 아시아예선 탈락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시기 북한 청소년팀의 AFC 대회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2014년 이후 북한 청소년축구가 기지개를 켜면서 성과를 내는 걸 보면, 이제 먹는 문제는 해결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나라건 각급 대표팀은 총 200명 정도의 선수 풀에서 수급이 되는 거죠. U-16 단계에서 매년 10명 정도의 우수자원이 선수 풀에 공급되면 그 자원으로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월드컵에 도전합니다. 프로리그가 없는 북한 축구는 주변국들보다 국가대표팀 위주로 행정지원 시스템이 편성되어 있고, 대표팀 감독이 원하면 언제든지 선수들을 소집해 장기합숙훈련을 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K리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력을 이루고 있고 중국은 국내 리그의 활성화를 통해 선수자원을 육성하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 일본 중국과의 경쟁을 통해 각급 대표팀의 전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자스티스 2016-05-14 13:08:45
내용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님의 북한 및 아시아 축구에 관한 자료 수집력과 열정은 정말 탄복을 금할 수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누리당 2016-05-14 07:01:20
애들이 잘 먹지를 못하니 선수자원에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죠. 아무리 추리고 추린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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