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정의 정치 칼럼] 민주주의 파수꾼, ‘게이트키핑(Gatekeeping)’
[신효정의 정치 칼럼] 민주주의 파수꾼, ‘게이트키핑(Gatekeeping)’
  • 신효정 기자
    신효정 기자
  • 승인 2025.02.06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희망의 불씨, 민주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은 ‘진실’을 바라볼 줄 알아야!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한파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최강의 한겨울이다.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찬성을 외치는 사람도, 반대를 외치는 사람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얼어붙은 대한민국의 정치에도 봄은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직시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게이트키핑(Gatekeeping)’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정치적 공백이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로 인해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심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의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며, 정치 활동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헌법재판소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정치적 계산에 흔들릴 것인가?

Levitsky와 Ziblatt(2019)의 『How Democracies Die(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정당과 정치 지도자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게이트키핑이 실패하면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으며,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권위주의자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미지 출처: ChatGpt 4o.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미지.
이미지 출처: ChatGpt 4o.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미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자동차 키를 맡겼을 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주인인가? 아니면 법적 소유자가 주인인가? 자동차를 직접 몰며 하루 종일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인가? 아니면 등록증에 이름이 적힌 소유자가 주인인가?

법적 소유권의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의 주인은 등록된 차주이다. 하지만 실질적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통제하고 방향을 결정하며, 기능적으로 주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실존적·철학적 관점에서 ‘주인’이란 단순한 소유를 넘어 ‘통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라면, 자동차를 실제로 운전하며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일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자동차의 소유자가 따로 있더라도, 실제로 운전하는 사람이 자동차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며 그 순간의 의미를 결정한다.

이와 비슷한 관계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집주인이 주인이지만, 실제로 그 공간을 채우고 살아가는 사람은 세입자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주인’이라는 개념은 단순하지 않으며,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주인은 누구인가? 실질적인 주인은 국민이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정치 권력’이라는 키를 맡긴다. 그렇다면, 키를 맡은 정치인이 민주주의의 주인인가, 아니면 키를 맡긴 국민이 민주주의 주인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성·반대를 둘러싼 갈등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에서 ‘주인’의 개념은 단순하지 않다. 법적으로는 검찰과 사법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야가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국민 여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동차의 법적 주인은 소유자지만, 실제 운전하는 사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운전’이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정치 권력’이라는 키를 맡길 때, 국민을 위하고 정치를 잘할 것을 기대하며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운전자가 불안정하거나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주인은 언제든 키를 다시 회수할 수 있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권력을 맡기지만, 동시에 그 권력이 올바르게 행사되는지를 감시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해야 한다.

 

Levitsky와 Ziblatt(2019)는 『How Democracies Die(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단순히 법과 제도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비공식적 규범에 의해 지탱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관용과 자제’라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탄핵 찬반 논쟁, 여야 갈등, 정치적 양극화 문제, 국민분열 속에서 ‘관용’과 ‘자제’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상대 정당을 ‘적’으로 간주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타협과 협력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McCoy(2018) 등은 『Polarization and the Global Crisis of Democracy(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세계적 위기)』에서 현대 민주주의가 극단적 정치적 양극화(Polarization)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정치 세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상대 당은 무조건 적대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Levitsky와 Ziblatt(2019) 역시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반(反)민주적 행동을 해도 정당성을 부여하며, ‘상대편이 더 나쁘다’는 논리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는 결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의 외침은 정당한 문제 제기와 논리적 판단에 기반한 것인가? 아니면 절대적 지지와 ‘상대편이 더 나쁘다’는 논리에 함몰된 결과인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멈춤’이 필요하다. 감정적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의 가드레일(Guardrail, 안전 장치)을 다시 세울 것인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 정치 지도자의 책임감, 그리고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가치 위에서 작동한다. 국민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 정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정치 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분별력과 비판적 사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시민 단체와 공론장을 활성화하여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이 권위주의든, 포퓰리즘이든, 혹은 제도의 악용이든,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깨어 있는 국민이다. 우리가 맡긴 키가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민주적 절차가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주인은 ‘진실을 바라볼 줄 아는 국민’이 아닐까?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