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교보문고에 들렀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영향 덕분인지 전보다 더 북적이는 분위기다. 영광스러운 소식에, “행복이 아닌 의미를 찾기 위해 글을 쓴다”라고 했던 그녀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한동안 이 말이 맴돌았던 이유는 글 자체로 행복을 찾기에는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대를 사는 영광으로 그 가치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은 참 반갑다. 그녀의 고통 덕분에 모처럼 출판계에도 온기가 돈다. ‘노벨문학상’이라니! 보통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처럼 뒷짐을 지고 서점 곳곳을 휘저어 본다. A부터 나뉘는 주제별 섹션을 지나칠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빛과 책의 무게감에서 오는 피로감도 동시에 느껴졌다. 생각보다 손에 잡히는 책이 없다. 그러다 문득 진열되어 있는 책 중 ‘언어의 온도’로 눈길이 향했다. 좋아하는 책이다. 꽤 이전에 나온 책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 장을 열어본다. 1판 176쇄. 2016년에 1판 1쇄로 나온 책은 2024년에도 1판 176쇄로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본다. 역시나 쉽게 읽힌다. 며칠 전 고전 읽기 백일장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읽은 글과 교차한다. 빼곡하게 4면을 채운 정성은 갸륵하나 내용이 읽히지 않는 글도 있었고, 주제와 다른 개인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적힌 글도 있었다. 물론 깊은 인상을 주며 감탄을 마지않게 만드는 글도 있었고, 그 글은 대통령상을 받을 예정이다.
세상에 글은 단순하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잘 읽히는 글’과 ‘그렇지 못한 글’. 잘 읽히는 글은 역시나 잘 팔리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써야 잘 읽히는 글이 되는지 어렵기만 하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명제다. 잘 읽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 정답을 ‘넥서스(NEXUS)’에서 찾았다. 잘 읽히는 글에는 ‘넥서스’가 있다. ‘NEXUS’를 ‘최근 경향에 맞춰 업글에서 개발한 고유한 글쓰기 템플릿’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글을 쓸 때 막막하고 내가 쓴 글임에도 잘 읽히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넥서스에 집중해 보자.
NEXUS는 '연결'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된 단어로, 독자와 저자를 연결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자 했다. NEXUS 각 철자에 의미를 부여해 각각의 요소로 만들었는데 스토리(Narrative), 독자의 상황 파악(Engagement), 논리적 설명(eXplanation), 공감(Understanding), 그리고 해결책(Solution)이다. 자연스럽게 독자와 연결되면서 잘 읽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찾아낸 요소다.
첫 번째, 스토리가 없는 글은 역시 힘들다.
N은 ‘Narrative’로 ‘스토리 요소’다. 앞선 글에서 서점에서 뒷짐을 지고 책을 두리번거리는 나의 이야기에 어려운 요소가 있었는가? 그저 상상하며 글을 따라가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스토리가 없는 글은 지루하다. 소설책이나 에세이와 같이 돈을 주고 사는 글과 보고서처럼 돈을 받고 봐야 하는 글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스토리가 들어가면 독자는 글에 몰입하며 그 사람의 삶을 한 번 간접적으로 살아 보게 된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라면 상상을 할 능동적인 요소가 빠지기 때문에 독자는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백일장에서도 스토리가 없는 글은 역시나 뻑뻑한 닭가슴살을 맛없게 먹는 느낌이었다. 반면 스토리가 듬뿍 들어간 글은 구조의 완결성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많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런 글은 사랑을 받는다.
두 번째 누구의 문제인가?
E는 ‘Engagement’로 ‘독자의 문제와 상황을 파악하는 요소’를 의미한다. 스토리로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독자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글을 쓸지 정해야 한다. 좋은 글에는 연결이 있다. 바로 독자와 저자의 연결이다. 읽기 어려운 글은 누구를 위한 글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 독자의 상황과 문제를 글에 반영하면, 독자는 자신과 연결된 느낌을 받으며 글에 깊게 접근할 수 있다. E를 고려하지 않은 글을 코칭할 때는 잠시 문체를 구어체(-어/요)로 바꿔 보도록 권한다. 반말이나 구어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의식할 수 있어서다. 독자를 구체적으로 그리면 그릴수록 글은 더욱 명확해지고 전달력도 높아지니 한 번 활용해 보기를 바란다.
세 번째 납득이 안 된다.
X는 ‘eXplanation’으로 ‘논리 요소’다. 글의 힘이 세지기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하다. 논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타당한 이유와 충분한 사례를 들어줌으로써 설득력이 강한 글이 X다. 이성적으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이 필요하다. 논리가 약한 글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라님이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우리는 그 뜻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심사한 글 중에서도 보통 메시지만 있고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점수를 주기 어려운 글이 많았다.
네 번째 관심이 없다.
U는 ‘Understanding’으로 ‘공감, 이해 요소’이다. 공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감정의 연결이다. 훌륭한 지식이 담겨 있더라도 독자가 공감할 수 없는 글은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생소하겠지만 보고서조차 감정의 영역이 필요하다. 설득은 논리의 영역이지만 그래서 독자를 결정하게 만드는 요소는 공감이다. 공감되는 글은 내가 투사되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심사하면서 고전 작품에서 군인의 삶을 통찰하는 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면 군인은 아니라도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과 아버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는 논리로 이해하지만 판단은 감정으로 한다.
다섯 번째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마지막으로 S는 ‘Solution’으로 ‘해결 요소’를 말한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게 글에 들어가야 한다. S가 명확하지 않으면 독자는 글의 메시지를 이해하더라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특히 글의 목적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독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글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해결책이 명확할수록 독자는 글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에 해당하는 이 S는 글의 문을 닫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방향성을 정해서 작성하는 게 좋다.
종종 글쓰기 수업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나 시중에 나온 최근의 베스트셀러를 넥서스 형식으로 분석해 본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좋은 글은 역시나 이유가 있다. 메시지도 충분히 납득이 가고 쉽게 읽힌다. 구조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니 편안하다. 무엇보다 책을 덮으면 마음에 남고 행동하고 싶게 만든다. 흥미를 끌어내는 스토리(Narrative), 독자의 상황을 파악(Engagement)하는 저자의 통찰, 설득력을 높이는 논리적 설명(eXplanation), 독자와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공감(Understanding), 마지막으로 글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인 해결책(Solution)이 있어야 한다.
NEXUS의 이 요소를 활용하면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가? 3번만 더 읽어보자. 그래도 모르겠으면 필자를 찾아오면 된다. 11월부터 넥서스 글쓰기의 3학기가 시작된다. 관심 있다면 오라. 넥서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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