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FN, 코리안 좀비가 쏘아올린 작은 공
ZFN, 코리안 좀비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제임스 김
    제임스 김
  • 승인 2024.07.01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창성 선수 대표가 되다.
(사진 제공 ZFN)
(사진 제공 ZFN)

이제 정찬성 대표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6월 29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펼쳐진 ZFN 경기를 관전하고 정찬성 대표 절반의 성공보다는 9할의 성공을 말해주고 싶다.

투기 종목에서 날것 그대로의 치고받는 것을 뺀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승 과 패, 짜릿한 KO의 기억! 그것만으로 격투 경기를 보는 값어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이 격투 경기 전에 채색된다면 어떨까? 강자의 연대기를 동경하는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데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이번 ZFN 경기는 네이션 매치(NATION MATCH)와 로얄매치(ROYAL MATCH)로 나뉘어서 펼쳐졌다.
네이션 매치는 프로 격투가들의 격돌을 로얄매치는 종합격투기(MMA)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인들이 주를 이루는 무대였다.
로얄매치가 네이션 매치를 준비하는 오프닝 경기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체육관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관중은 로얄매치에 더 많은 함성과 응원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많은 격투 경기를 직관해 왔지만, 이번 로얄매치 분위기는 여타 격투대회와 다른 감정이 들었는데, 마치 발표회에 온 것 같은 편안한 관람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격투기 경기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고!!

프로 격투 경기는 숨죽인 묘한 긴장감과 딱딱함이 묻어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선수의 위치를 가르는 냉혹한 현실을 결정짓기에 살얼음 위를 걷듯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하지만 왜인지 로얄매치는 캐주얼 복장을 입은 듯한 편안함이 풍겼다.
그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의 애처로움과 흥분이 실린 함성에서 느낄 수 있었다.

경기에 대한 몰입은 압도적인 기술과 타격의 향연으로 깊어질 수 있다.
그것은 결과론적으로, 선수로부터 전달받는 통쾌함일 수 있는데, 승패의 향배가 다른 방향으로 팬들의 집중을 몰고 올 수 있다.
또 파이터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격투가의 승리에 동화될 수도 있고, 혹은 경쟁과 라이벌 관계 속에서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6월 29일 ZFN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결이 기존 격투경기에서 만져볼 수 없는 다른 촉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로얄매치에 출전한 선수들은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 아직은 아마추어의 몸짓이었지만, 격투 포만감이 경기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아서 의아했고,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얄 매치 모든 경기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격투기는 태생적으로 매경기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선수들이라면 '실력은 출중하다'라는 가정을 디폴트로 해도 그것 이상의 요소 없이는 흥행의 중심에 있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즉 스토리가 주먹의 소리로 변형되어 울릴 때 팬들은 반응하고 함께한다.
ZFN의 경우는 경기 반대편에 '좀비트립'이라는 '공명'이 같은 진동수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피부로 직감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던 좀비트립은 정찬성 선수가 크루들과 함께 각 지역의 주먹 명물들 속에 보석을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형 격투 콘텐츠이다.

로얄매치에 출전하는 개인들의 면면은 이미 좀비트립을 통해서 어느 정도 실력과 캐릭터의 가치를 팬들로 부터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그들이 출연한 콘텐츠의 조회수는 많게는 600만 뷰를 넘어선다.
이 수치는 인기 아이돌이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조회수일 것이다.
누적 조회수라 하더라도 무척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수백만 뷰를 넘긴 주인공들의 등장과 성장의 과정들을 팬들은 지켜봐 왔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을 타고 접했던 지난 3개 시즌의 주인공들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감격이 어느새 가슴으로 밀려와 있었다.

그곳에 모인 팬 중에 좀비트립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은 분들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경기전 2분여 동안 출전 선수의 지난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세련된 편집으로 리뷰처럼 기억을 환기해 주고
등장 음악과 함께 각 회차의 주인공이 제법 격투가 다운 모습으로 케이지를 향해 들어서는 영상이 비추어질 때, 좀비트립과 좀비 : 더 파이트의 격정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으로 다가와 뭉클했다.

혈기와 무모함으로 점철됐던 시즌 1.2.3편의 그들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되고 처음으로 첫 자녀의 발표회에 참석했을 때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대견하고 뿌듯했던 감동과도 같은 심정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온기로 스며들어 왔다 .

피가 튀는 격투대회에 이런 감정이 어울리기나 한가!! 이긴 선수든 진 선수든 모든 선수의 편에서 경기를 관전하게 되는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먹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반응해서 한탄하고 기뻐하고 두 손을 꽉 쥐게 되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을 '별'이라고 부른다.
'좀비트립'이라는 콘텐츠 위에서 ZFN 로얄매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지난 2년은 정찬성 선수가 대표라는 자리에서 빛을 받을 수 있는 '별'들을 모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선수들을 위한 대회를 만들어준, 새로운 타이틀을 차지한 정찬성 선수의 앞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