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확한 해명 없어 의혹 일파만파... 의장-일부 의원들 간 내부 갈등 감지돼
- 김보미 의장 “군의원은 군민 대변자... 개인 아닌 강진군과 군의회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전남 = 김혜령 기자] 강진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위성식)가 내년도 본예산 심의와 관련, 의회사무과 예산 총 63건의 사업을 51% 대폭 삭감하고, 예산심사 과정에서 현장 방문을 단 한 곳도 나가지 않고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진군의회 예결특위는 지난 12일 열린 제295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집행부 예산은 0.49% 삭감한 반면, 의회사무과 예산은 전체 9억 7천만 원 중 무려 51%에 해당하는 5억여 원을 삭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김보미 의장 취임 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통’과 ‘홍보’ 예산에 집중돼 있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산심사가 아닌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편파적으로 졸속 심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진군의회에 따르면, 이번에 삭감된 내용을 보면 먼저, ‘군민과의 소통’을 위한 ▲ 군민과의 대화, 청년간담회 등 토론회․세미나 등 행사 운영비 ▲의정 보고회 책자 발간 ▲청소년 의회 체험 운영 등의 예산안이다.
‘의정활동 홍보’를 위한 ▲SNS 콘텐츠 제작 운영 ▲군의회 안내 리플릿 제작 ▲ 의회 소식지 발간 등이다.
이 밖에도 ▲소송 관련 변호사 선임료 ▲의회사무과 운영 및 소모품 구입비 ▲의정활동 수행 경비 ▲관용차 유류비 및 세차비도 포함돼, 예산을 볼모로 의장의 손과 발을 묶고, 직원들을 길들이기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예결특위의 심사 결과 의견서에 의회사무과 예산이 어떤 이유로, 왜 삭감되었는지에 대한 해명이나 언급이 없을뿐더러 예결특위의 심사 결과 의견서에서도 해당 내용과 관련한 설명을 단 한 줄도 찾아볼 수가 없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런데다 예산 심사과정에서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회의 정족수만 채우고 개회 후 곧장 퇴장해 예산에 대한 설명도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장과 일부 의원들 간의 내부 갈등이 심화된 것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강진군의회 예결특위는 강진군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본 예산심사와 관련, 현장 방문을 단 한 곳도 나가지 않고 처리해 반쪽짜리 심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해 예산심사에 앞서 시간에 쫓겨가며 며칠에 걸쳐 현장을 방문해 확인했던 것과는 대조가 된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A 의원은 예산심사 과정에서 특정단체의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조건으로 특혜를 요구했다가 기자가 취재하자 철회했다는 설까지 들리고 있다. 특히, 일련의 강진군의회와 관련된 악의적인 허위 소문의 제보자가 내부 의원인 것으로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으며 일부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김보미 의장은 이날 본회의 폐회에 앞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산심사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개인감정에 휘둘린 졸속 심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회 제 살 깍아 먹기’ 공격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예산을 볼모로 의회사무과 직원을 협박하고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제9대 강진군의회 개원식 때 군민들께 변화와 혁신으로 나아가자고 함께 약속한 바 있다. 변화와 혁신은 커녕 의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파행으로 치닫는 행위”라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의원 자리는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라 군민이 권한을 부여해 준 군민의 대변자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주민을 대신하여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는 의결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의원들을 향해 제9대 강진군의회 전반기가 6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개인이 아니라 강진군과 군의회 전체를 먼저 생각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군민여러분께 신뢰받는 의회가 되도록 다시 한번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부탁 말씀을 전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위성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산심사 과정서 불거진 관련 사안에 대해 ”의장이 의원들하고 상의도 안하고 홍보 물품 구입을 많이 해서 일단은 삭감했고 필요한 부분은 다시 심사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상임위 회의에서 의원들이 정족수만 채우고 예산 설명은 듣지 않은 채 퇴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안갔다. 듣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와 관련해 정리된 책자와 설명자료가 있어서 자료를 보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답했다.
이어 ‘본예산 심사에서 현장 방문을 단 한 곳도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현장 방문을 할 곳이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안나갔다. 또 한가지 이유는 몇 달 전 행안부 지침에서 차량운행 제한에 따른 불편함도 있는데다 현장에 나가면 주차할 공간도 없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본지가 지난 14일~15일 강진군의회를 방문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번 강진군의회 예결특위의 예산심사와 관련한 잡음은 김 의장과 일부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불거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의회사무과에서는 무겁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보미 의장은 제8대 강진군의회 의원을 거쳐 지난해 7월 제9대 강진군의회 의장에 당선돼 ‘변화’와 ‘혁신’을 목표로 군민과의 소통, 의회 홍보 등에 집중하면서 일부 의원들과 대립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강진군의회는 투명한 의회 운영을 강조하고 있는 김 의장의 의지에 따라, 개원 후 처음으로 군의회 홈페이지에 올해 1월부터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으며, 의회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의회사무과의 투명한 예산 집행을 위한 업무보고 및 예산안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군민들에게 제9대 강진군의회 개원부터 현재까지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회의의 전체영상도 공개하고 있다. 특히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사 등 중요 의사일정은 유튜브 생방송으로 군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 공유하며 의회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의회사무과 예산안 대폭 삭감으로 논란이 된 지난 12일 열린 제295회 정례회 2차 본회의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생방송이 불발됐다. 일부 의원들이 생방송으로 공개되는 의정활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갈등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보미 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 갈등설’에 대해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는데 제 뜻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의회의 내부적인 갈등은 진심을 가지고 대화하고 노력하다 보면 봉합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무엇보다 ‘변화’와 ‘혁신’을 약속드렸던 군민들께 너무 부끄럽고 송구스하다. 부끄러운 것을 알기에 의회 내부의 갈등에 대해 자칫 잘못 얘기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되어서 공개적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번 본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의원들을 향해 작심 발언을 한 이유’를 묻자 "군민들이 왜곡된 소문을 믿고, 오해하시고, 의회를 불신하게 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많은 고민 끝에 큰 용기를 냈다. 의정활동을 잘 못해서 군민들께서 꾸중하시고 조언하시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오해와 불신으로 인해 군민들께서 의회에 등을 돌리시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이 의장이 상의도 안하고 독단으로 홍보용품을 구입,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이 부분은 지난 4개월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판결을 받았다. 당시 저뿐만이 아니라 의원들, 직원들까지 경찰 조사를 받게 돼서 마음 고생이 심했었다. 하지만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아 관련된 의혹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 8대 의원을 거쳐 의장이 됐을 때 ‘군의회는 군민의 대표 기관, 군의원은 군민의 대변자’라는 사명으로 소통을 강조하고 왔는데 어느 순간 의회의 허물을 가리고자 군민들과 진실하게 소통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한다. 진심으로 군민들과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송구하다. 6개월 남은 전반기 동안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보미 의장은 앞서 지난 10월, 한 지역 신문사가 주장한 왜곡 보도로 의혹을 샀던 ‘홍보 기념품 제공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기부 행위 위반’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서 김 의장은 '홍보용품 구입 예산 편성 수립 절차에서 의장이 독단적으로 홍보용품을 전량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현재 해당 언론사 및 기자 등 관련자들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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