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김용빈 신임 사무총장의 상황인식에 대해 시민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더 이상 내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선관위를 혁신하기 위해 35년만에 외부에서 투입된 사무총장 치고, 김총장의 문제 인식과 상황 파악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1963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중앙선관위의 개혁을 위해 지난달 외부에서 선임됐다. 아직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상황 판단 능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신뢰성에 금이 갔고, 5월엔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도덕성마저 추락했다. 게다가 선거 때 마다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선관위를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는 내용은 없이, 줄곧 선관위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사전선거제도에 대해서도 "훌륭한 제도인데, 인력과 예산 뒷받침 없는 상태에서 사전투표를 지속하며 부정선거 논란 등의 빌미를 줬다" 라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발언을 본 시민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선관위 외부 감사에 대한 시각
김 사무총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외부감사'는 적절치 않다는 뉘앙스로 답변했다.
“대법원 같은 다른 헌법기관처럼 감사관을 외부 개방직으로 채용하고, 감사 업무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외부인의 시각에서 내부를 자정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 증원을 요구해도 긴축 재정 기조라서 그런지 기획재정부나 국회가 좀처럼 호응하지 않는다. 최대한 설득하겠다.”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감사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 결과가 선관위에 유리하게 나온다면 감사위원회 신설 같은 선관위의 독자적인 감찰 기능 강화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채용 의혹은 선관위의 자정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만큼 이 건에 한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그 결과를 완전히 수용할 것이다.”
결국, 선관위의 부정 부패 비리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고 오히려 내부 감사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게다가 벌써부터 내부 기관을 설립할 예산걱정 부터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제가 된 채용 비리에 한해서도 마지못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는 기존 선관위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심지어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도 선관위 입장을 편들었다.
"법조인 시각으로 볼 때 헌재가 선관위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나" 라는 한국일보 기자의 질문에 “그래야 한다고 본다." 라고 답한 것.
김 총장은 결국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고 전해진다.
"헌법상 선관위는 행정부와 구별되는,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과 나란히 있는 헌법기구임은 분명하다.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감사원 논리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 기관에 국회와 법원, 헌재만 나열한 감사원법 조항이 그 근거이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 당연한 것의 예시를 나열하는 '확인 규정'에 불과하다. 이런 확인 규정에 없다고 헌법상 효력이 없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선관위가 국회나 대법원과 동등하게 취급받는 헌법상 기관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그런 판단이 내려진다면 선관위는 국회나 대법원처럼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또 다른 근거는 인사권이다. 선관위 고위공무원은 대통령이 임명권자인 행정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선관위원장이 임명권을 갖고 있다. 법원의 임명권자가 대법원장, 국회 사무처 임명권자가 국회의장인 것과 같다.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인사를 하지 않은 기관의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관위원장의 인사권을 형해화시키는 일이다.”
시민들은 "선관위에 대한 철저한 개혁과 향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 지금까지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발생한 모든 부정 부패 사건을 청산하라는 임무를 받고 외부에서 투입된 사무총장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 보기 힘들다" 라고 지적한다.
사전투표 관련 인식
현재 사전투표는 부정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 4.15총선을 비롯하여 중앙선관위의 관리 하에 치뤄져 선거 부정 의혹이 나왔던 모든 선거에서 문제가 된 지점은 바로 사전투표였던 것이다.
지난 4.15총선 이후 부정선거 진상규명 운동 및 선거무효소송이 전국적으로 120여곳에서 진행됐고, 아직도 곳곳에서 사전투표에 심각한 선거부정의 증거가 있다는 주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파주을 선거구에서는 검찰이 사건을 보다 면밀히 수사할 것을 경찰 측에 2차례나 요구한 상황이다.
김 사무총장은 사전투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전투표 제도 도입 이후 관외 투표와 투표함 보관 등으로 선거 관리 업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선관위 직원이 3,000여 명에 불과한데 전국 각지의 사전투표소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와 국회는 사전투표를 관리할 인력과 예산에는 무관심하면서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라고만 요구한다. 정부와 국회에서 현장을 직접 좀 봤으면 좋겠다. 당장 내년 선거부터 걱정이다.” 라고 말했다.
오히려 사전투표에 들어가는 예산을 걱정하면서 정부와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
사전투표가 문제라는 것인가라는 한국일보 기자의 질문에는 “사전투표 제도는 선거의 편의성을 크게 높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훌륭한 제도이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 뒷받침 없는 상태에서 사전투표를 지속하며 부정선거 논란 등의 빌미를 줘 선관위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이라면, 사전 투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대국민 공청회라도 열고 싶은 마음이다." 라고 답했다.
이는 듣는 사람에 따라 결국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의 원인이 '인력과 예산 부족' 때문이며, 예산이 없으니 공청회를 열어 사전투표를 더 할지 말지 국민에게 판단하도록 하자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상당히 무책임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4.15총선에서 선거무효소송을 직접 제기하고 수 차례 사전투표 재검표 현장에도 입회한 경험이 있는 정치인 입장에서, "사전투표는 부정선거의 온상입니다. 그러므로 없애야 하는 것이지, 인원과 예산을 더해서 유지시켜야 하는 게 아닙니다." 라고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치열한 문제 의식 없이 남의 동네에 들어가면 내부 간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를 산으로 올리는 데 용만 쓰게 됩니다. 김용빈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취약점에 대한 사전 지식이 박약해 보입니다."라고 우려했다.
박주현 변호사도 아시아투데이에 기고한 <‘괴물’ 선관위, 해체수준 개혁 필요… 조사권 박탈하고 ‘관리’에 주력해야!>라는 칼럼을 통해 "선관위는 지난 60년 동안 썩을 대로 썩어 그 악취가 전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심지어 주권을 타국이나 적국에 양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독립성'과 '헌법기관'이라는 지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위해 준 수단에 불과한데, 독립적인 부패비리 헌법기관으로 타락해 버렸다. 해체수준의 개혁이 없으면, 바로잡지 못할 정도다." 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투표 사무원 모집이 어렵다. 주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맡는데, 갈수록 안 하려고 하고 저항이 커진다. 투표사무원은 개표 작업에 평균 15시간 일하는데 하루 수당과 사례금이 10만 원밖에 안 된다.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 기재부가 투표사무원 수당을 현실화해 달라.” 라고 발언했다.
우려하는 시민들 반응
부패의 온상이 된 선관위를 개혁하기 위해 외부에서 투입된 사무총장의 첫 인터뷰 발언에 실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관련 기사 및 SNS에서 시민들은 "지금 있는 인력과 예산도 축소해야 하는데 늘릴 생각부터 하는거 보니 저 사람도 글렀네요. 사전투표는 없애고 조직도 축소해야죠. 선거가 맨날 있는 것도 아닌데요" 라면서 김 총장의 상황 인식에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는 "사전투표 폐지하면 인력, 돈 필요없다. 투표 조작하기 위해 인력,돈이 필요하다는 걸로 들린다. 본투표(당일투표)로만 선거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는 의견도 다수 달렸다.
온갖 부정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선관위를 개혁하라는 임무를 받고 들어간 사무총장의 문제인식이 너무 빈약하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김 사무총장이 선관위 내부 개혁을 어떤 식으로 이끌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신임 사무총장이 지금 선관위 개혁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기존보다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라면서 "신임 총장이 선관위 전체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확실하게 썪은 부분을 도려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제 내년 총선이 7개월 밖에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김 사무총장은 “투표 사무원 모집이 어렵다. 주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맡는데, 갈수록 안 하려고 하고 저항이 커진다. 투표사무원은 개표 작업에 평균 15시간 일하는데 하루 수당과 사례금이 10만 원밖에 안 된다.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 기재부가 투표사무원 수당을 현실화해 달라.” 라고도 발언했다.
김 사무총장의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는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54351 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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