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가 MBC보도본부의 행태가 구한말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평가되는 이완용 보다 더 악랄한 행태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래도 이완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느꼈는데, MBC의 현재 보도 행태를 보면 국익을 부끄러움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다음은 MBC노조의 입장문이다.
이토 히로부미 일본 추밀원장이 1905년 11월 9일 서울에 도착했다. 그가 왜 한국에 왔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토는 숙소인 손탁호텔로 대신과 원로들을 불러 을사조약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그 자리에서 학부대신 이완용이 “오늘의 동아 형세를 살펴볼 때 이토의 제안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때 개화파의 지도자였던 자가 나라를 파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래도 이완용은 매국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음날 어전회의에서 조약 승인 여부를 논의할 때 이완용은 “폐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진실로 천만다행일 것이지만, 만약 너그러운 도량으로 할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미리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협상을 잘 처리하라”는 고종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하야시 일본 공사와 한국 대신들의 협상은 계속 공전되었다. 이토가 경운궁에 들어왔다. 이토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조약 찬성 여부를 물었다. 이완용은 “조금 전 접견 석상에서 여차여차하게 말씀드린 바가 있을 뿐이고 끝내 찬성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토는 그렇게 애매한 대답은 찬성 의견이라고 단정했다.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 유지’ 등 몇 가지를 첨가한 뒤 고종의 동의를 얻어 조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나라는 망하고 백성들은 이민족의 노예가 되었다.
그 뒤 이완용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았다. 그런 이완용도 “우리의 잘못으로 동북아에 분쟁이 생기는 것이니 일본에게 외교권을 넘기자”며 일본 주장을 공개적으로 편들지는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저버리는 데 최소한 부끄러움은 느꼈던 것 같다. 그랬던 이완용이 지하에서 MBC의 ‘이란 보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 마르고 닳도록 아크부대 발언을 보도할 것인가 **
MBC는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아크부대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월 16일 뉴스데스크의 수도권 뉴스 시간에 UAE 순방 동정들과 묶어서 보도했다. 그러더니 이란 정부의 반발이 나오자 1월 17일 리포트 3개, 18일 리포트 1개, 19일 리포트 2개와 기자 출연, 20일 리포트 2개로 거의 쏟아붓듯 방송을 했다. 경제 외교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가 있었던 UAE와 스위스 순방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설 연휴 시작으로 좀 뜸해지는가 싶더니 1월 24일 뉴스데스크는 그 짧은 방송시간에 리포트 2개를 쑤셔 넣었다. [이란 “한국 조치, 불충분”], [‘장병에 당부’ 거듭 해명]. 이란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메인뉴스 리포트 11개 중 2개를 차지해야 할 정도로 비중이 있다고 박성호 뉴스룸 국장은 생각하는 것 같다.
1월 25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아크부대 발언을 옹호한다고 보도했다. 어디서 많이 본 기사다. “국민의힘은 연일 대통령의 발언을 감쌌습니다..” 1월 20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내용이다. 여당이 대통령 발언을 내일도 옹호하고 모레도 옹호할텐데 그렇게 계속 보도할 건가? 욕설을 해도 내용을 바꾸면서 해야 덜 식상할 것이다.
** 도발하면 한국이 흔들릴 거라 생각할지 모른다 **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대한민국 정책을 설명한 게 아니다. 파병 장병들을 격려한 즉흥 연설이었다. 그리고 MBC가 보도했듯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나온 ‘이란은 UAE의 최대 잠재적 위협”이라고 말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면, 윤 대통령도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말했으니 ‘적’을 ‘위협’으로 정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란 정부와 언론이 한국을 이례적을 넘어 무례할 정도로 공격하는 것은 숨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MBC도 알고 있다. 미국의 요청으로 한국에 묶여있는 70억 달러를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이다. 북한이 오매불망 꿈꿔왔듯 한미 동맹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들어주기 어려운 일인데도 이란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보며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정도로도 한국이 흔들리는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배를 나포하거나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 한국 정부가 얼마나 더 궁지에 몰릴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핼러윈 참사에 이어 또 한 번 MBC를 원망하는 소리가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1월 이란과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연설했다. 미군 병사들 격려사가 아니라 의회 연두교서에서 한 말이다. 세 나라 정권의 고립 말살을 외교 정책을 삼겠다는 뜻이었다. 이란은 크게 분노했다. 그런데 당시 미국에서 어떤 언론사가 부시 대통령을 계속 비난하고 이란의 입장을 전파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MBC 같은 방송이 없어서 참 다행인 것 같다.
2023년 1월 26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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