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 두 달 만에 의회 주도권을 뺏기며 향후 프랑스 정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여권 '앙상블'이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좌파연합과 극우가 크게 약진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치 스타일을 바꿔 의회와 협치하며 집권 2기 국정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선 성공했지만 의회 장악 실패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여권 '앙상블'의 의석수는 245석으로 과반에 44석 미달했다.
불과 두 달 전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를 꺾고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20년 만에 의회 과반을 확보 못한 대통령이 될 처지다.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약진한 가운데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가 제1 야당으로 올라섰다.
◇집권 2기 공약추진 동력 약화…협치로 스타일 바꿔야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에서 약속한 연금 개혁, 은퇴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감세 등의 친기업 정책은 의회를 쉽게 통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첫 임기 때와는 매우 다른 여건인 탓이다.
5년 전엔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해서 577석 중 350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신경 쓸 필요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권한을 내세우며 야권 등 파트너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피터'(로마의 최고신으로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에 해당)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회 다른 당과 손을 잡지 않고서는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이 없다.
야당은 '반 마크롱' 노선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이날 선거결과 예측이 나온 뒤 지지자들에게 "마크롱의 여당은 궤멸했고 우리는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다.
르펜 대표도 이날 "확고하게, 책임감 있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우파 공화당도 야당 위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 별로 협상을 하면서 최대한 몸값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 우크라이나 사태 강조했지만 안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때 그랬듯이 이번 총선 결선투표 전에도 우크라이나를 전면에 내세웠다.
투표 사흘 전엔 독일, 루마니아 정상과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전엔 세계가 혼란한데 프랑스까지 그렇게 되면 안된다면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1차 투표 때보다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을 보면 이 전략은 썩 효과적이지 않았고 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꽤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멜랑숑 대표의 '뉘프'는 은퇴연령 60세로 하향, 최저임금 상향, 필수 식료품 가격 동결 등을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 전체에 파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제 마크롱 대통령이 외교 보다 국내 정치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과 보조를 맞춰 가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힘을 보태려던 마크롱의 외교 노선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멜랑숑 대표는 유럽회의론자이며 친러 성향이고 르펜 대표는 푸틴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여지가 있다.
향후 프랑스 정국은 마크롱 대통령 진영이 야당의 협조를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엘라자베트 보른 신임 국무총리는 "우리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직면한 위험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은 우리 국가의 위기를 반영한다"면서 "당장 내일부터 안정적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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