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인천연수구을의 선거무효소송 최종변론기일이 열렸다.
23일 오후 2시부터 대법원의 1호 법정 진행된 이날 재판은 2년 여를 끌어온 선거무효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로서, 원고와 피고가 자신들의 주장을 마지막으로 개진하는 날이었다.
원고 측에서는 박주현 변호사, 현성삼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등이 지난 2년여에 걸친 소송 기간 동안 수집한 증거를 공개하면서 정상적인 선거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현상과 증거들을 근거로 들면서 4.15총선은 선관위가 가담한 역대 최악의 부정선거라는 요지의 최종 변론과 함께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했다. 석동현 변호사와 이동환 변호사, 권오용 변호사도 함께 변론했다.
선거관련 소송의 경우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80일 이내에 판결을 내도록 되어 있음에도, 본 소송이 2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점이 다시 언급되면서, 중앙선관위가 소송의 당사자이지만 소송을 길게 끌어서 아무런 실익이 없음에도 자료제공거부 등으로 재판에 비협조적이었던 점 등도 거론되었다.
피고 측에서는 원고가 증거도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다면서, 일장기투표지와 배춧잎 투표지등은 투표장에서 나올 수 있는 투표지의 형태라면서 비정상투표지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심지어 원고 측이 국민을 선동한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결국 피고측 변호사의 발언은 방청석을 자극하였고, 분노한 몇명의 방청객은 욕설과 함께 퇴장당하기도 했다.
원고 측은 통계학적으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득표 비율 등을 설명하면서 이론적으로도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투표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천대엽 판사는 원고와 피고의 최종 변론을 들은 후 곧 판결기일 날짜를 잡아 통보하겠다면서 재판을 마무리 했다.
이날 특히 원고 민경욱 전 의원의 최종 발언은 법정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굵었으며 그 내용은 호소력이 있었다.
아래는 민 전 의원의 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로 잘 알려진 유명한 말의 원본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먹고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잡은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입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며 그같은 사례는 우리 현대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960년에 있었던 3.15 부정선거가 그랬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부정선거로 김주열 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혀 사망한 채 발견됐고, 이어진 데모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4월 18일에는 데모를 하던 고려대생 두 명이 정치깡패들의 공격을 받아 숨졌고 이는 4.19 혁명과 5.16 혁명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후 최인규 내무부 장관은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 연장을 꿈꾼 위정자와 애국시민들의 피값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는 지난 60여년 동안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켜졌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온 지난 2년을 생각해보면 조롱과 모독, 무시와 비웃음, 정부 권력의 탄압을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모진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한 것은 정의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를 구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고통과 핍박을 견디며 희생을 해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2년 간의 시간 동안 우리가 흘리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피였습니다. 눈물과 땀은 원 없이 흘렸지만 피는 아꼈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을 때 피 없이도 그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의 자정과 복원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간절히 부탁드리오니, 우리들의 그 믿음을 지켜주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지금까지 몇 차례의 재검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에는 기자 출신의 문학진 후보가 개표 결과 단 세 표 차이로 떨어지자 재검표를 요청했고, 그 결과 표 차이가 세 표에서 두 표로 줄어들었습니다. 단 한 표가 줄어들었을 뿐입니다. 지난 2016년에는 인천부평갑구에서 우리 재판부 대법관님의 남편인 문병호 후보가 단 26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문 후보는 재검표를 신청했고 77일만에 실시된 재검표 결과 26표 차이는 23표 차이로 줄어들었습니다. 재검표로 바뀐 표는 단 세 표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결과라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며, 이런 정도라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굳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여러분들께서 시켜보신 제 21대 총선 인천연수구을구의 재검표 결과는 어땠습니까? 무려 1년 2개월만에 실시된 재검표에서 약 천 장의 이른바 일장기 투표용지가 쏟아져 나왔고, 생전 보도듣도 못한 배춧잎 투표지가 발견됐습니다. 난 데 없는 3백 표가 원고의 표에 더해져서 지금 그 책임을 두고 대법원과 중앙선관위라는 두 헌법기관이 다투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건 우리 선거제도가 고장이 났다는, 그것도 심각하게 고장났다는 신홉니다. 1,974명이 투표를 한 인천 송도2동 제6 투표소에서 과반인 천 장의 투표용지가 흉칙한 모습의 일장기 투표지였다는 걸 우리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유린된 선거제도를 그냥 믿어달라고 하기에는 사태가 너무나도 심각합니다.
재판장님,
우리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완벽한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지난 4.15 총선에서 훼손된 제 지역구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복원시켜드리고자 지난 2년 간 싸워왔습니다. 이제 그 종착지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재판장님,
굳건한 둑도 손가락만한 구멍에 의해 무너집니다. 정부수립후 지금까지 한 표, 또는 세 표의 차이가 났을 뿐이었던 재검표 전후의 득표 수가 갑자기 2백60여 표 차이로 벌어지고, 투표소와 개표소에 있지 않았던 일장기 투표지라는 무효투표용지가 천여장 발견됐습니다. 이것은 누군가 불순한 세력이 선거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범죄행위를 했다는 여실한 증거입니다. 이런 범죄행위를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정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사회에 대해 오직 양심과 법령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분명한 이념적 푯대를 제시하는 대법관님들의 고귀한 사명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만일 이번 투표를 정상적인 투표라고 하신다면 앞으로는 개표장에서 수만 장의 무표투표지, 가짜투표지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그 선거가 정당한 선거라고 선포해야만하는 돌이킬 수 없는 판례로 남는다는 사실을 부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번 선거부정으로 얻을 이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중앙선관위가 이렇게 기를 쓰고 각종 거짓말을 쏟아내며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의도를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제도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애를 써야 할 선관위가 이런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면 보일수록 자신들의 입장을 공정한 선거의 관리자가 아닌 분명한 선거 범죄 피의자의 위치로 자꾸 밀어넣는 일임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고장난 민주주의 체제를 고칠 수 있는 권위는 이제 단 두개의 주체의 어깨 위에서 찬란하게 빛납니다. 그 하나는 바로 Justice, 정의라고 불리는 여러분 대법관들이십니다. 여러분의 힘과 권능으로 고장난 선거제도를 바로잡는 무혈시민혁명을 완성시켜주십시오.
여러 대법관님들의 의로운 판결을 우리들은 고대하고 있습니다만 불행히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또다른 주체인 민주시민들의 힘에 기대며, 그동안 아껴두었던 피를 흘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두에 말씀드린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경우를 위해 민주주의의 최상의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또다른 명언을 남겼습니다.
“불의가 제도가 될 때 저항은 국민의 의무가 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민경욱 대표의 최종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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