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선관위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 선거일 당일인 9일 본투표소에서 또 투표용지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전투표 당시의 직접투표와 비밀투표 원칙을 어긴 선관위가 당일투표에서도 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이제는 단순 부실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도 불거지게 됐다.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춘천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춘천 소양동제3투표소를 찾은 60대 주민 A씨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았다.
A씨는 이어 기표는 하지 않은 채 자신은 이미 사전투표했다고 밝히면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또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자인데도 본 투표소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더니 투표사무원이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투표용지를 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이날 본 투표소를 찾았다가 사전투표 때 논란이 된 부실 선거관리 여부 확인을 위해 본투표를 시도했으며, 실제 투표용지까지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를 한 사람에게 두장씩 발급했다는 것은,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꼽힌다. 춘천 선관위 측에서는 단순 실수라고 변명을 하지만, 이를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 또한 선거사무원이 맘만 먹으면 특정인에게 투표를 두번씩 발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밝혀진 자체도 충격적이다.
투표지 중복발급 사태가 춘천시선관위 책임인지, 또는 강원도선관위 책임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인지 책임소재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에 대해 춘천시 선관위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투표 중단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A씨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63조(투표소 등 출입제한)와 제248조(사위투표죄) 등 2가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춘천경찰서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선거권자인 A씨는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음에도 선거 당일 투표소를 찾아 다시 투표하려 한 혐의가 있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부인이 투표하는 것을 동반하여 투표소에 들어갔으며, 기표를 하지 않고 부실선거를 바로잡을 목적으로 항의를 하는 등 별다른 불법을 져지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조치는) 적반하장이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있어 공익적 차원에서 본 투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투표용지를 배부한 행위가 문제이지 이를 받은 사람이 문제냐. 변호사 자문을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기도의 한 투표소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해당 선관위의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같은 목적으로, 사전투표를 이미 마친 사람이, 당일투표지가 중복 발행되는지를 알아보기위해 투표소에 또 갔었는데, 신원 확인 후 이미 투표했다고 알려줬을 뿐,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사전투표에서 한 차례 심각한 해프닝을 겪은 시민들은 당일투표에서도 이와같은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지자, 춘천시 선관위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선관위 자신들이 투표지를 신분 확인도 없이 마구 발급한 잘못은 단순 부실로 축소하면서 , 이를 항의하는 시민에게 오히려 형사고발 등 가혹한 조치를 함으로써 책임을 떠 넘긴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투표지 중복발급이 현장에서 적발된 것은 대한민국 투표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투표를 즉각 중단하고 선관위 자체를 전면적으로 수사해햐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은 '부정선거 현장이라고 생각해 112에 신고했다'고 주장한 A씨와 선관위의 고발장을 토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강원도 선관위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강원지역 사전투표소 투표사무원들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 계열의 장갑을 낀 채 선거 사무를 보아 국민의힘 측의 항의를 받고서 비닐장갑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또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 현장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과정에서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결국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당일투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선관위는 지난 4.15총선에서 비정상적인 투표지 6장을 고발하기 위해 투표장 밖으로 가지고 나온 시민을 고발하여 실형을 살게했다." 라면서 "선관위가 저지르는 부정행위 또는 심각한 부실관리 등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니 시민들을 아주 우습게 여기고 툭하면 고발한다." 라는 반응이다.
복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선관위는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기 전에 시민을 선제적으로 고소 고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라면서 "선관위의 부실 또는 부정행위 의혹을 주장하는 시민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소 고발을 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요 언론들은 해당 시민을 선거법위반자 또는 선거에 불복하려는 음모론자로 낙인찍는 수법을 사용한다."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에서 이미 선관위의 심각한 실책이 드러난 점,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점, 주류 언론들 역시 선관위의 부실관리 및 부정선거 가능성을 열어둔 기사를 제법 많이 쓰고 있는 점 등으로 봐서, 선관위가 섣불리 시민을 고소 고발할 경우, 오히려 최악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춘천시 선관위는 자신들이 투표지를 두번 발급하는 심각한 부정(부실) 행위를 저지르고, 이게 크게 문제될 것 같으니까 오히려 이를 항의하는 시민을 고발하고 있다." 라면서 선관위의 고발이 도를 지나쳤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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