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수권법 거부권 행사에 이어 예산안에도 이 권한을 동원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예산안 거부와 관련 인터뷰를 통해 불필요하게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자신은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예산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이롭게 하는 예산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연방정부의 2021회계연도 예산을 담은 2조3천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 자금이 오는 28일 고갈된다며 이 경우 연방정부는 내주 초부터 셧다운을 시작할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미국은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 거부권을 행사해 역대 최장인 35일간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예산 협상을 도왔고 백악관도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온 점에 비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협상에 참여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라고 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내주 초 의회가 재의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원은 오는 28일, 상원은 29일 회의 복귀 일정을 잡아놨다. 거부권 행사 시 하원과 상원이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를 다시 처리하면 거부권이 무효로 되고 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
의회의 이런 회의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공언한 국방수권법(NDAA)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 이를 뒤집기 위해 잡아둔 것으로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DAA 거부권을 행사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까지 거부한다면 졸지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안건도 이때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반대한 주요 사유 중 하나는 미국 내 자국민에게 주는 지원금이 최고 600달러인것에 반해 불법 이민자 등에게 주는 돈은 최대 2천 달러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각 분야의 불필요한 비용을 열거하면서 자신은 예산안에 승인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 거부권 행사 시 이를 무력화하는 재의결을 추진할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헌법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에게 제출되면 대통령은 수용·거부 판단을 위한 10일의 기한을 갖는다. 10일에 일요일은 계산되지 않는다. 의회가 열려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10일 내 결정하지 않으면 이 법안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 기간 의회가 휴회 상태인 동시에 대통령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되는데, 이를 '포켓 거부권'(pocket veto)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포켓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을 경우 의회는 똑 부러진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예산안이 아직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은 상황인 점, 지난달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의원들이 내년 1월 3일 새 임기를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포켓 거부권을 유리하게 행사할 여지를 갖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할 우려가 매우 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의 경우 처음부터 거부권 행사를 공언했지만, 예산안에 대해서는 내용을 비판하면서도 거부 여부는 분명히 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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