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계절이 두 번 정도 바뀌었다. 찬바람이 불던 겨울에 시작했던 칼럼을 폭염주의보와 장마예보를 확인하며 쓰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커다란 청새치’같은 반응은 없지만 칼럼을 쓴다는 것 자체는 나에게 몇 안되는 작은 즐거움이다. 그리고 위에 인용한 것처럼, 누가 알까, 운수 좋은 날이 오게될지. 오늘도 조용히 낚시대를 드리우는 것처럼 이야기를 펼쳐볼까 한다. 누군가 덥석 잡아주면 좋을텐데, 라는 마음과 함께.
나는 나름대로 여러가지 경험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그 중 하나가 종종 바다낚시를 나갔던 일이다.지금같은 여름이었고, 20대였던 나는 호기롭게 가족/친지들과 낚시배에 올랐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배멀미가 심하다는 사실만은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신기한건 그래도 배를 타는 일이 싫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회가 생기면 곧잘 낚시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가서 또 여느때처럼 배멀미로 고생하곤 했다. 한참을 고생하다가도 신선한 회와 매운탕을 먹다보면 다음에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가 같이 가자고 꼬드기던 지인들이 점점 바빠지고, 낚시는컴퓨터 게임이나자동차 튜닝처럼‘가정에서 호응받지 못하는 취미’로 자리잡게 되자 갈 수 있는 기회도 현저히 줄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그런 나날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잊고 있던 바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와 나의 가족은 작년까지 펄(The Pearl Qatar)라는 지역에서 살았었다. 이 곳은 카타르 도하시 북쪽에 만든 인공섬(다리로 연결됨)으로 마리나(항구) 지역에는 항상 멋진 요트들이 정박해있었다. 그래서 나같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심코 세일링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한국인에게 ‘요트’라고 하면 조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모터보트도 아니고 낚시배도 아니고 요트,그 한마디에 왠지 고급스럽고 청량한 이미지가 떠오른다.정확하게 요트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여가용 보트나 선박 모두를 말하는 표현으로 현대에 들어서는 ‘세일링 요트’, ‘파워 요트’ 등의 여가용으로 만들어진 선박을 의미한다. 요트의 종류는 돛을 다는 세일링 요트와 모터의 힘으로 가는 파워 요트로 나뉘는데, 각각의 종류도 크기에 따라서 분류가 다양하다. 먼저 파워 요트, 혹은 모터 요트라고 불리는 엔진이 달린 요트는 기종 명칭 뒤에 숫자를 붙이는데, 피트 단위로 선박 길이를 말한다. 10미터에서 큰 것은 24미터 이상도 있는데, 이런 것은 슈퍼 요트라고 부른다. 50미터가 넘으면 메가 요트, 91미터 가량 되는 초대형은 기가 요트라고 한다.메가 요트부터는 크루즈라고 부른다.그리고 세일링 요트(Sailing yacht)는 돛을 단 개인 선박을 말하며, 6미터(20피트) 이상, 30미터(100피트) 사이의 선박을 대부분 세일링 요트라고 한다. 세일링 요트도 크기에 따라서 세일링 딩기(6미터 이하), 9미터(30피트) 미만의 요트는 위크엔더 요트, 7미터(23피트)에서 15미터(50피트)사이의 장시간 항해가 가능한 크루징 요트가 있다.
수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가격을 호가하는 호화요트들과 달리, 세일링 요트는 사치품에 속하지 않는다. 세일링 딩기나 위크엔터 요트는 중고가 5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하며 크루징 요트도 메이저 제조사 제품이 3억 정도의 규모로 일반인이 장만하기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실제로 소유하게 되면 정박비용과 유지비까지 꽤 큰 비용을 투자해야하겠지만, 오히려 캠핑처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여가문화로 점점 떠오르고 있다. 다만 요트에 각각 필요한 자격증이 있다. 5마력 이상의 엔진이 달린 모터 요트의 경우, 국토해양부에서 발급하는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요트조종면허)가 필요하며, 무게 5t 이상, 25t 미만의 세일링 요트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소형 선박 조종사 면허를 추가로 발급받아야한다.(언젠가는 찜카 싸이트에도 요트를 동록하여 렌트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배 위에서 느끼는 자유는 바다 뿐 아니라 그 곳이 강이나 호수, 어디서든 아주 특별하다. 땅 위에서처럼 사람들이나 자동차, 여타 이동수단들에 치이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나 파도를 따라 자유롭게 떠다니는 느낌을 느껴본 사람들로 하여금 배를 찾게 한다. 물론 세일링은 순간순간 바뀌는 바람에 따라 직접 키를 조정해서 방향을 따라가야하고, 돛을 당기고 풀거나 돌리면서 배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집중해있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도 왠지 인생과 닮아있다. 그러다 간혹 찾아오는 여유로운 시간에 맥주 한모금을 마실 수 있다는 것도.이번 여름에는 색다른 휴가로 세일링 요트 위에서의 시간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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