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황교안 "광주에서 물세례...20여분간 못 움직여"
한국당 황교안 "광주에서 물세례...20여분간 못 움직여"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19.05.0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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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등 100여명 항의집회...호남선 투쟁 시작부터 '삐걱'

[정성남 기자]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황 대표는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 전날부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1박 2일 규탄대회를 진행 중이다.

전날 '경부선'(서울·대전·대구·부산)을 타고 내려간 뒤 이날 호남선(광주·전주)을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이날 광주에서 시작한 호남선 투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져 오면서 무대가 설치된 광주송정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 내자',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로 인해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광장을 벗어나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자유한국당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 말씀 들으세요"라고 입을 뗐지만, 시민들의 "물러가라"는 고성과 항의에 묻혀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황 대표는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선거법 개정으로 입법부까지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독재국가'는 두 차례 언급됐다.

그는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라며 "15만명 경찰과 2만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와 고성 소리는 점점 커졌고,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20여분간 시민들에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황 대표를 둘러싼 시민들과 경찰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있었다.

한편 5.18 망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며 일부 시민들이 황 대표 일행을 향해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는 등 소동이 빚어져 역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황 대표는 경찰 등의 경호를 받으며 광주송정역 역무실 안에 잠시 머물다가, 역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5·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들을 피해 플랫폼으로 이동, 전주행 열차를 탔다.

황 대표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일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주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보며, 변화하는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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