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영화에서 세련된 비즈니스맨, 커리어우먼의 손에 들린 것은 단연 블랙베리였다. 바쁘게 걸어가다가 갑자기 울리는 신호음에 꺼내든 블랙베리는 한 때 가장 빠르게 업무내용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모바일기기였다. 새롭고 혁신적으로 보였던 그 기기는, 들고 있는 사람이 매우 스마트해보인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판도는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은 사과농장기업과 파란피가 흐르는 기업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누가 먼저 생각했느냐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시작한 리서치인모션회사(2013년는 결국 블랙베리사로 이름을 바꿨다)는 더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후발 주자들의 시장장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모빌리티 시장도 그 어느때보다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쏘카는 새롭게 승차공유 플랫폼을 준비중인데,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베타버전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한편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로닉을 싱가폴 승차공유 플랫폼(Grab)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어제 A가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하는데 오늘 B는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C는 다른 시장을 개척 중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모빌리티 시장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최근 개인적으로 놀랐던 사실은 BMW와 다임러AG(메르세데스 벤츠)의 합작 법인 설립 소식이었다. 양 사의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합병하여 차량공유와 승차공유, 주차와 전기차충전, 경로제공, 택시이용과 같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BMW의 드라이브나우(Drive Now)와 다임러AG의 카투고(Car2Go)를 합치는 계획이다. 두 플랫폼이 합쳐져 세계 31개 도시에서 약 2만대 차량을 운용하며 이용고객의 수는 4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합작법인의 추진은 최초 합의 이후 그다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상황을 급반전 시킨 것은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공유 모빌리티 사업의 확장이었다. 우버와 디디추싱과 같은 기업의 경쟁을 위해서는 합병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정식으로 합작법인이 시작된 것이다.
"인터비즈 삼성과 애플, BMW와 벤츠 ‘오랜적과의 동침’발표"인용
ㅇ이와같이 오랫동안 대립했던 기업이 빠르게 태새를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생태시장의 급변이라는 요소였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서는 누구도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 어떤 회사의 대표도 사무실에 앉아 평화롭게 창 밖을 내려다볼 여유는 없을 것이다.
우버와 웨이모 디디추싱, 그랩 등 실제로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기업의 성장은 1세기 가깝게 전통을 유지해온 자동차산업분야의 강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의 힘이다. 전통 기업들은 이미 시작된 변화에 맞게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기류에 탑승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진화의 반대말은 퇴화가 아니라 무변화라고. 블랙베리는 여전히 쿼티키보드를 탑재한채로 블랙베리키투를 출시했다. 마치 종이책을 위협했던 E-book과 다른 판도를 만들고 있는 독립출판사들처럼 말이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퇴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니치시장을 부를 수 있고 어떤 누군가는 여전히 열광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어떠한 분야든, 누가 먼저 생각했든, 결국 소비자 스스로 깨닫지 못한 욕구까지 잡아내는 곳이 승리할 것이다. 모빌리티 시장은 변화를 반복하며 그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고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승리자가 가려질 것 같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시스템통합(공학박사)
콜롬비아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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