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악성 미분양…10년5개월만에 2만가구대로 '쑥'

2025-02-05     장인수 기자

줄어드는 듯했던 미분양 주택이 5개월 만에 다시 7만가구대로 불어났다.

이 중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2만1천여가구다.

악성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건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토교통부가 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은 지난해 6월 7만4천37가구까지 늘었으나 7월 7만1천822가구로 감소한 뒤 5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한 달 만에 5천27가구(7.7%)가 훌쩍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6천997가구로 전월보다 17.3%(2천503가구) 늘었고, 지방은 5만3천176가구로 5.0%(2천524가구)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분양한 주택이 2만9천가구로, 예년보다 물량이 늘어 12월 미분양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분양 지역 역시 선호 지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023∼2024년 전국의 월평균 분양 물량은 1만6천가구다.

수도권 미분양 대부분은 경기도에서 나왔다.

경기도 미분양은 2천433가구 증가한 1만2천954가구였다.

지방에서는 울산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울산 미분양은 1천420가구 늘어난 4천131가구, 대구 미분양은 632가구 증가한 8천807가구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이며 대구, 경북(6천987가구), 경남(5천347가구), 부산(4천720가구)이 뒤를 이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2만1천480가구로 전월보다 15.2%(2천836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60%가량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구의 악성 미분양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862가구 늘어나 2천674가구가 됐다.

경북 악성 미분양은 866가구 늘어난 2천237가구다.

제주(1천746가구)에서는 408가구, 경기(2천72가구)에선 377가구가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 계속해서 쌓여 가자, 정부와 여당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한시적 완화 등 비수도권 미분양 해소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경제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해 3월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CR리츠를 10년 만에 다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리츠 등록 허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사업자는 조금이라도 값을 높여 팔려 하고, CR리츠는 매입 가격을 낮추려다 보다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